[이주의 MT문고]-'우리가 사랑한 단어들'

순우리말은 아름답다. 하지만 어떻게 쓰는지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길에는 외래어로 점철된 간판들이 수두룩하고 영어, 중국어로 쓰인 유행가가 불러지는 오늘날에는 더 그렇다. 지난해 국립국어원의 조사에서는 기사나 방송 등에서 외국어나 외래어를 자주 접한다는 국민이 77.9%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18년간 한국어를 가르쳐온 신효원 작가가 쓴 '우리가 사랑한 단어들'은 750여개 순우리말을 담아낸 한상차림이다. 중식, 일식, 한식으로 구분된 뷔페식처럼 28개 주제로 구분해 상황에 맞는 순우리말을 찾아낼 수 있다. 바람꽃이나 속울음 등 많이 쓰이는 말부터 에넘느레하다, 지멸있다 등 무슨 뜻인지 짐작도 안 가는 말까지 차림새가 풍성하다.
책의 구성이 퍽 인상적이다. 단순히 사전처럼 순우리말 단어들을 구분해 놓는 것이 아니라 장마다 작가의 생각과 경험이 담긴 에세이가 들었다. 순우리말은 군데군데에 박혀 있다. 단어를 알기 위해서는 내용을 모두 읽어야 한다. 모르는 말을 배우려는 독자에게는 이 '계산된 불편'이 무척 반갑다. 시간은 걸리지만 용례는 물론 비슷한 말, 다른 말까지 한입에 삼킬 수 있어서다.
에세이의 내용도 재미있다. 저자의 젊을 적 경험부터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아우르는 평범한 이야기다. 닭도리탕을 먹으며 너와 내가 한올지게 행복해야 한다고 읊조리는 부분은 드라마 속 한 장면 같다. 차창 너머로 상그레해진 아이가 달려가는 장면이나 허저분한 백반집 안을 표현한 장면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우리의 풍경이다.
어려운 말을 가르칠 때 으레 필요한 배려는 부족하다. 에세이의 묘사나 배경, 인물 등이 자연스럽다기보다는 우리말에 끼워맞춘, 다소 작위적인 느낌이 든다. 쉽게 쓸 수 있는 부분을 굳이 한자어와 은유로 어렵게 쓰는 대목을 보면 거부감을 주기도 한다. 일부 사용 방법이 잘못되어 있는 부분도 눈에 띈다.
저자는 국어국문학과 한국학을 전공한 '한국어 전문가'다. 18년간 서강대학교 한국어교육원과 각국 주한대사관에서 한국어 교육을 맡았다. 언어의 폭을 넓히는 것을 돕는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어른의 어휘공부'와 '아홉살에 시작하는 똑똑한 초등 신문'을 썼다.
우리가 사랑한 단어들, 생각지도, 1만 8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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