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서울 종묘 일대가 세계유산지구로 지정됐다. 보다 강화된 유지·관리 의무가 부과되는 만큼 서울시의 재개발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11일 정부 관보에 종묘 일대의 19만 4896제곱미터(약 5만 8712평) 규모의 땅을 세계유산지구로 지정하는 내용의 고시를 게재했다. 지난달 13일 문화유산위원회 심의에서 세계유산지구 지정 안건이 통과된 지 1달여 만이다. 관보에 알리는 것은 행정 절차의 마무리 단계다.
세계유산지구는 세계유산이 있는 '세계유산구역'과 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설정된 '완충구역'으로 이뤄진다. 세계유산지구로 지정된 곳은 유네스코가 부과하는 의무인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사업을 할 때 세계유산영향평가를 해야 한다. 평가 결과에 따라 사업이 변경되거나 중단될 수 있는 만큼 가장 강력한 의무 중 하나다.

종묘 앞 '145미터(m) 초고층 빌딩 개발'로 논란을 빚은 세운 4구역은 종묘 세계유산지구 범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세운4구역은 종묘와 약 180m 떨어져 있는데 규정은 100m까지만 해당하기 때문이다. 유산청은 이와 관련해 "종묘와 거리가 멀더라도 인근에 145m 빌딩이 들어서면 종묘의 경관을 해쳐 유네스코가 세계유산 등재를 취소할 수 있다"며 반발해 왔다.
이번 유산지구 지정으로 서울시나 사업 시행자에게 '영향평가를 받으라'고 요청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세계유산법이 유산지구 밖에서 이뤄지는 공사도 '세계유산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인정되면 영향평가 시행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영향평가 실시가 사실상 재개발 중단과 같다는 입장이다. 영향평가가 최장 4년까지 걸리는데다 여러 의무가 부과되기 때문에 작업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유산청은 이와 관련한 법을 추가 보완하는 작업에도 돌입했다. 허민 유산청장은 지난 10일 취재진과 만나 "권역 밖이라도 (세계유산 인근에) 대규모 건축이나 환경 오염 행위는 유산청장의 허락을 받도록 하는 고시를 내년 1월 안 시행할 것"이라며 "국토부와 세계유산법 시행령 개정안 협의도 끝마쳤으며 내년 3월 안으로 공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