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 종목 중 가장 인기가 높은 축구 국가대표팀의 흥행 부진이 지속되며 체육계의 고민이 깊어진다. 내년 초부터 예고된 대형 스포츠 행사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다.
23일 체육계에 따르면 최근 축구 국가대표팀의 흥행 성적은 모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가나와의 평가전에서는 6만 6000여석 중 절반 정도인 3만 3256명의 관중이 찾았으며 나흘 앞선 볼리비아전은 3만 3852명으로 7000여석 가까이 자리가 비었다. 10월 파라과이전은 2만 2206명으로 2010년 이후 역대 최저 관중기록을 썼다. 손흥민이 국가대표팀에 데뷔한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시청률도 낮다. 닐슨코리아의 집계에서는 가나전과 볼리비아전, 파라과이전 등이 각각 합계 시청률(TV 기준) 10%에도 채 미치지 못했다. 파라과이전은 음악 예능 '싱어게인'에 밀려서 시청률 1위 자리도 밀려났다. 불과 2년 전 방송사 1곳이 10%를 넘겼던 것과 비교하면 반토막이 났다. 국가대표로 활동 중인 조규성도 최근 유튜브에서 "(한국 축구의) 인기가 식은 것 같아 놀랐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할 정도다.

흥행 부진은 지난해 클린스만·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 연초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 4선 등 절차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부터다. 축구협회를 향한 팬들의 반발과 경기력에 대한 불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등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정 회장의 축구협회 회장 4선 연임 직전에 이뤄진 한 설문조사에서는 '연임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61.1%로 찬성(22.3%)의 약 3배였다.
체육계는 축구의 흥행 부진이 다른 스포츠의 연쇄적인 인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1위 종목'인 축구 국가대표의 실적 부진 은 통상 다른 스포츠 행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에도 축구 국가대표팀을 둘러싼 안팎의 논란이 잇따르면서 스포츠 전반의 국민 관심이 사그라들었고, 같은 해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이 입장권 판매율 18%에 그치는 등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내년은 2월 이탈리아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을 시작으로 6월 북중미 월드컵, 9월 일본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등이 있는 스포츠 행사의 해다. 체육계는 대형 행사를 계기로 다시금 국민적 관심을 끌어오겠다는 목표이지만 장애물이 많다. 지상파 방송이 월드컵 중계를 포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체육계 관계자는 "축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종목에서 '흥행 보증수표'였던 국가대표 스포츠 경기에 대한 관심이 예전 같지 않다"며 "올해 프로스포츠는 최고 수준의 인기를 누리고 있으나 국가대표가 못 미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상황이 지속되면 협회와 체육계 전반에 대한 불신만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