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청, 세운4구역에 구멍 낸 SH 고발…"유산 보호 절차 무시"

유산청, 세운4구역에 구멍 낸 SH 고발…"유산 보호 절차 무시"

오진영 기자
2026.03.16 13:58
 허민 국가유산청 청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세계유산 종묘 앞 '세운4구역 내 불법행위 및 사업시행 인가 중단'을 서울시에 촉구하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허민 국가유산청 청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세계유산 종묘 앞 '세운4구역 내 불법행위 및 사업시행 인가 중단'을 서울시에 촉구하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서울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이 형사 고발로 이어졌다.

국가유산청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무단으로 세운4구역 매장유산 유존지역 11개 지점에서 시추(땅에 구멍을 뚫는 작업)를 진행해 현상을 변경한 사실을 적발하고 16일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 지역은 건물지 592동, 우물 199기 등 조선시대 한성부(당시 서울)의 유적이 발굴된 곳이다.

현행 매장유산법에 따르면 이미 확인됐거나 발굴 중인 매장유산의 현상을 변경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허민 유산청장은 "SH와 서울시는 어떠한 사전협의 없이 공사 추진을 위한 시추를 했다"며 "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 국민 모두가 지켜야 할 절차를 간단히 무시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유산청은 특히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유적을 관리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서 입장 표명이 담긴 서한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유네스코는 서울시가 세운지구 개발을 강행할 경우 세계유산 지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빠른 세계유산영향평가(HIA) 실시를 요구했다. 영향평가는 특정 사업이 세계유산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예상 효과 등을 평가하는 절차다.

지난해 12월 세운 4구역의 모습.  / 사진 = 뉴스1
지난해 12월 세운 4구역의 모습. / 사진 = 뉴스1

만일 영향평가가 시행되지 않는다면 오는 7월 부산에서 열리는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보존 의제'로 상정될 수 있다. 이 경우 종묘의 세계유산 지위 박탈이 논의된다. 유네스코는 영향평가가 시행되지 않는다면 지위 박탈의 근거 마련을 위해 공식 현장 실사도 추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1년 영국의 리버풀 해양산업도시도 실사 후 세계유산 지위를 박탈당했다.

유산청은 서울시가 오는 19일 예정된 정비사업통합심의위원회를 보류하고 협의를 서둘러줄 것을 촉구했다. 정비사업통합심의위원회가 마무리되면 4월 중 사업시행인가를 마칠 수 있다.

허 청장은 "개최를 보류한다는 전제 하에 유산청장과 서울시장, 종로구청장이 함께하는 3자 협의를 제안한다"며 "개발 강행은 수도성곽을 세계유산으로 등록하려는 서울시의 목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의장국을 맡는 유산위원회가 종묘의 세계유산 지위 상실 여부를 논의하는 장이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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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오진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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