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 재밌다" 칭찬이 죄?… 왜 남의 감상을 공격할까 [영화있슈]

"호프 재밌다" 칭찬이 죄?… 왜 남의 감상을 공격할까 [영화있슈]

차유채 기자
2026.08.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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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영화만큼 흥미로운 영화계 이야기. 화제의 작품부터 논란, 리뷰, 비하인드까지 [영화있슈]가 전해드립니다.
영화 '호프' 포스터, 참고 그래픽.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게티이미지뱅크
영화 '호프' 포스터, 참고 그래픽.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게티이미지뱅크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가 흥행과 논란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인생 영화"라는 극찬과 "최악의 영화"라는 혹평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영화의 완성도를 두고 의견이 갈리는 일은 흔하지만, 이번에는 작품을 좋게 평가한 관객과 평론가를 향한 비난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호불호 갈려도 흥행…나홍진 또 통했다
영화 '호프' 스틸컷.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호프' 스틸컷.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호프'는 지난달 29일 기준 14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누적 관객 수는 361만명을 돌파했다. 경쟁작인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가 높은 예매율을 기록하는 상황에서도 꾸준히 관객을 끌어모으며 올여름 극장가의 화제작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흥행 열기와 달리 호불호가 분명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동진 영화평론가다. 그는 '호프'에 호평을 남겼다가 온라인에서 거센 비판을 받았고, 결국 자신의 블로그에 평가의 취지를 설명하는 해명글까지 올렸다. 영화에 대한 평가를 넘어 평가를 내린 사람 자체를 공격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사실 나홍진 감독의 작품이 논란을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추격자'는 잔혹한 연쇄살인 묘사로, '황해'는 거친 폭력성과 강렬한 연출로, '곡성'은 열린 결말과 난해한 서사로 개봉 당시마다 극명한 호불호를 낳았다. 파격적인 연출과 장르적 실험은 나 감독 작품의 특징으로 꼽혀왔다.

영화 '호프' 스틸컷.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호프' 스틸컷.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번 '호프' 역시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리지만 흥행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나홍진 감독의 브랜드 파워와 국내 상업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장르적 시도가 관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평론가는 "'호프'는 국내 상업영화에서 본격적인 크리처 SF 장르를 시도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며 "비무장지대(DMZ)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외부 침입자에 맞서 사람들이 힘을 합치는 이야기 구조는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공동체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초반부는 미스터리 스릴러 특유의 긴장감 있는 연출이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든다"며 "외계인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이후의 전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한국 상업영화에서 새로운 크리처 SF를 시도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좋게 봤다" 칭찬에 '맹비난'…"실망감에 분노 표출"
영화 '호프' 스틸컷.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호프' 스틸컷.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렇다면 왜 이번 작품에서는 유독 '좋게 본 사람들'에 대한 공격이 거세지는 것일까. 김 평론가는 나 감독의 작품 세계 자체가 원래 논쟁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추격자', '황해', '곡성' 모두 기존 한국영화에서 보기 어려운 파격적인 시도를 해왔고, '호프' 역시 갑작스러운 외계인의 등장과 열린 결말 때문에 관객들의 해석이 크게 엇갈린다"며 "현재 작품만 놓고 단정적으로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른 측면도 있다. 후속편이 나온다면 전체 서사가 완성되면서 지금의 논란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영화를 둘러싼 논쟁이 작품 자체를 넘어 사람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평론가는 최근 온라인 문화의 변화가 이러한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그는 "모바일 환경이 일상화되면서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즉시 표현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좋은 의미에서는 전국민이 영화평론가가 된 시대"라면서도 "관객이 자신의 감상을 자유롭게 말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반대 의견을 낸 사람을 인신공격하거나 특정 관계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화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예술인 만큼 서로 다른 평가가 존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감정적으로 상대를 공격하기보다 어떤 점이 부족했고 어떻게 보완하면 좋을지 의견을 제시하는 문화가 영화 산업 발전에도 훨씬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담사는 "바쁜 현대 사회에서 귀한 시간과 돈을 들여 본 영화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경우, 그 영화를 추천하거나 높게 평가한 사람들에게 실망감과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며 "특히 평론가나 영화 전문가에게 거는 기대가 큰 만큼 자신의 감상과 다른 의견에 더 강하게 반발하는 심리가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호프'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한 편의 영화에 대한 호불호를 넘어 오늘날 콘텐츠 소비 문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일수록 서로 다른 감상이 공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전문가들은 비평과 토론은 작품을 향해야 하며, 감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공격하는 문화는 건강한 콘텐츠 소비와 생산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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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유채 기자

머니투데이 스토리팀 차유채 기자입니다. 영화를 비롯한 연예 및 스포츠 이슈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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