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거장의 치밀한 직조, 그 투명한 아름다움

추리 거장의 치밀한 직조, 그 투명한 아름다움

오진영 기자
2026.08.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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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MT문고]'투명한 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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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북다
/사진제공 = 북다

추리소설은 천을 짜는 '직조'와 같다. 씨실과 날실을 엮어가며 직물을 만드는 과정이 수많은 사건들을 엮어 하나의 결론으로 치닫는 전개와 닮아 있기 때문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단연 직조의 거장이다. 매년 수천권의 추리소설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파격적인 구성과 독특한 소재로 국내외에 수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투명한 나선'은 그의 수많은 작업 중 가장 돋보이는 천조각이다. 30년간 그의 소설에 등장해 온 미스터리한 물리학자 '유카와 마나부'가 키를 잡고 쉴틈없이 몰아치는 전개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한 살인 사건으로부터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한 번도 드러난 적 없던 주인공의 진실에 다가가는 구성이 치밀하다.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압도적인 몰입감이 인상적이다. 영상을 보는 듯한 상세한 서술과 감정 묘사, 배경 설명 등은 '독자가 집중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추리소설의 기본을 철저히 따르고 있다. 지나치게 많은 것을 전달하려다 현실성을 잃게 만드는 대사도 없다.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입을 통해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다른 추리소설과 궤를 달리하는 구성도 흥미롭다. 유카와 마나부는 가만히 앉아 뚝딱 문제를 해결하는 전형적인 '안락의자 탐정'이지만 자신이 문제를 푸는 사람을 자처하지는 않는다. 때문에 단순히 범인과 탐정으로 끝나는 구도보다는 수많은 조력자, 방해꾼, 배경 인물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 군상극에 가깝다.

깔려 있는 복선이 지나치게 많아 추리소설에 익숙하지 않다면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 '유카와 마나부'에 대해 알지 못하는 독자들은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 많다. 일부 대목에서는 설명이 없거나 건너뛰는 부분이 있어 다회독을 강제하는 듯한 느낌도 아쉽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 추리소설을 대표하는 작가다. 일본추리작가협회상과 나오키상, 본격 미스터리 대상 등 굵직한 상을 휩쓸었으며 그가 쓴 책들의 일본 내 발행부수는 1억부를 넘겼다. '용의자 X의 헌신', '가면산장 살인사건', '변신' 등을 썼다. 지난 23일 대장암으로 별세했다.

◇투명한 나선, 북다,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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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오진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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