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도 헷갈리는 우리말]못이 박힌(?) 손

[기자도 헷갈리는 우리말]못이 박힌(?) 손

최소영 기자
2006.07.18 15:20

"농어촌 장터와 시장을 누비며 도민들의 못이 박힌 투박한 손을 잡을 때마다 '더 겸손해지자, 더 나를 낮추자'고 다짐합니다."

이 문장은 선거 기간에 거리 유세를 다니던 한 정치인을 인터뷰한 내용의 일부입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나온 '못이 박힌 손'이란 말이 눈길을 끕니다. 왜냐하면 손이나 발에 굳은살이 생긴다는 뜻으로 써야 할 말은 '박히다'가 아니라 '박이다'이기 때문입니다. '못이 박인 손'이라고 써야 하는데 '못이 박힌 손'이라고 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아주 괴상한 내용을 전하게 되고 말았습니다.

'박이다'는 '버릇, 생각, 태도 따위가 깊이 배다' '손바닥, 발바닥 따위에 굳은살이 생기다'라는 뜻입니다. 실제 문장에선 '~하는 버릇이 몸에 박여' '인이 박인' 등으로 쓰입니다.

'박히다'는 '두들겨 치거나 틀어서 꽂히게 하다' '붙이거나 끼워 넣다' '속이나 가운데에 들여 넣다'의 뜻을 가진 '박다'의 피동사입니다. '박히다'에는 이 밖에도 여러 가지 뜻이 있지만 여기선 대표적인 것만 들어 보았습니다.

이제 예문을 들어서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박이다'를 보면

ㄱ. 조 교수는 곧 출간될 '형사법의 성편향'에서 "여성이 격렬히 저항하면 강간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전근대적 남성 편향의 가정이 국내 형사법에 뿌리깊게 박여 있다"고 주장했다.

ㄴ. 집주인 손맛에 반해 인이 박인 단골손님이 적잖게 온다.

ㄷ. 노숙자 7명이 거칠고 못이 박인 손으로 구슬 공예품을 만들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으려고 애쓴다.

다음으로 '박히다'의 뜻은

ㄱ. 범람 당시 목격자들의 말에 따르면 철제 파일이 길게 박혀 있었지만, 한두 군데 틈이 생겨 그곳을 통해 물이 양평동으로 콸콸 넘쳐 흘렀다는 것이다.

ㄴ. 캐릭터인형, 테디베어, 보석이 박힌 영국황실 인형 등 40여개국에서 수집한 인형 400여점을 전시한다.

ㄷ. 땅 속에 깊숙이 박힌 채 비상등을 깜박이는 차량을 동네 사람들이 끌고 가느라 안간힘을 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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