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문에" 경제부처 당국자들이 경제성적표가 나쁠 때마다 쓰는 표현이다. 그동안 단골로 사용된 핑곗거리는 '집중호우' '파업' '추석 연휴' 등이었다.
그런데 최근 메가톤급 '~때문에'가 등장했다. 바로 북한 핵실험이다. 국가 안보문제와도 직결되는 이 말을 들으면 토를 달기가 쉽지 않다. 이보다 더한 악재가 없기 때문이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북핵사태 속에 오는 25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지난 7월18일 취임한 권 부총리의 지난 3개월은 '~때문에'의 연속이었다. 취임 첫달인 7월 생산과 소비 등 실물지표는 '최악'을 기록했다. 이때 등장한 '~때문에'는 집중호우와 자동차 파업.
하지만 3/4분기 들어 경기하강 국면이 지속됐고 추석연휴 등으로 10월 실물지표는 더 나빠질 것으로 우려됐다. 정부는 그래도 "전반적인 경제는 괜찮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를 믿는 국민들은 거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게 북한 핵실험. 참여정부 경제팀의 사실상 마지막 구원투수인 권 부총리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맞은 셈이다. 그러나 북핵사태는 거꾸로 권 부총리에게 정책운용과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계기가 된 듯하다.
핵실험 발표 다음날 권 부총리는 국회에서 북핵사태의 경제적 파장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금융시장이 회복세를 보였으나 '파급효과의 폭과 깊이가 심각할 가능성' '외국인투자자의 자금이탈 가능성' 등을 거론한 것이다. 이어 지난 20일 한국능률협회 조찬강연에서는 '사실상 불황'이라는 말까지 했다.
그동안 "괜찮다"는 말만 들었던 국민들은 경제수장의 이같은 경고에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앞장서 경기부양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북핵 때문에'를 받아들여야 할 상황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핵 때문에"보다 "북핵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권 부총리의 말을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