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를 마치고 지하철역에 막 들어서려던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청와대에서 유동성 과잉에 대한 책임소재 규명작업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있으니 확인해 달라는 전화였다.
청와대 대변인에게 전화하니 "청와대 경제보좌관실에서 유동성이 늘어나게 된 여러 가지 정책적 판단 근거를 정책 품질 차원에서 점검하고 있다고 한다"며 "더 구체적인 내용은 경제보좌관에게 직접 전화해 보라"고 말했다.
대변인이 가르쳐준 휴대폰 번호로 경제보좌관에게 전화했다. 신호는 가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결국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으니…"하는 메시지가 흘러나오며 전화가 끊겼다. 10여통을 걸었으나 보좌관은 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시 대변인에게 전화해 보좌관이 전화를 받지 않으니 몇 가지 물어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더이상은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보좌관에게 전화 했으나 대여섯번 동안 안 받기는 마찬가지였다.
청와대는 브리핑실과 기사송고실이 있는 춘추관을 제외한 모든 곳에 대해 기자들의 출입을 전면 금지시켰다. 대신 대변인이 매일 오후 2시에 브리핑을 하고 추가 취재를 위해 수석과 비서관들의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그러나 경제보좌관의 예에서 보듯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이 전화를 받는 일은 거의 없다. 어쩌다 전화를 받으면 "모든 취재는 대변인을 통해서 하라"는 답이 돌아온다.
국정홍보처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으로 13개 정부 청사에 분산된 37개 브리핑실과 기사송고실을 5개 브리핑 및 기사송고실로 대폭 통폐합하고 청와대처럼 모든 부처에 대해서도 기자들의 사무실 방문을 전면 금지할 방침이다.
청와대처럼 모든 정부 부처에 대해서도 공개하고 싶은 것만 확인해주고 기자가 필요해서 하는 취재는 사실상 막는 결과를 낳지 않을지 우려된다.
지난 17일 브리핑 때 청와대 대변인은 몽골 대통령이 방한한다며 잘 써달라고 부탁했다. 기자들의 자발적 취재는 사실상 막아놓고 알리고 싶은 정보는 공개해 기자들에게 쓰라고 하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이 추구하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