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혼란 수습 못해 ‘국보1호’ 불 태웠나

[기자수첩] 혼란 수습 못해 ‘국보1호’ 불 태웠나

최태영 기자
2008.02.12 14:25

‘위험이 닥친 이유를 생각하면 안정을 찾는 길이 보이고, 혼란해진 이유를 생각하면 국가를 잘 다스릴 수 있는 방도를 찾을 수 있으며, 멸망한 이유를 생각하면 존립의 길을 찾을 수 있다’.(思所以危則安, 思所以亂則治, 思所以亡則存)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2006년 3월 14일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 4차회의 폐막 직후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 서두에서 중국 국민에게 한 말이다.

중국 역사서인 신당서(新唐書)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 주류 쟁탈전을 벌이며 계파간 신경전이 벌어지던 당시 중국 정치제도 개혁의 초점을 어디에 둬야 할지에 대해 명쾌하게 내린 결론이다.

반면 우리는 혼란을 겪으며 더 큰 화를 키웠다. ‘반면교사(反面敎師)’의 경험을 잊었다. ‘부정’을 경험한 뒤 이를 ‘긍정’으로 개선하지 못하는 구조가 순환되고 있다.

여기엔 화재 진압 매뉴얼도 없었다. 화재 진압 과정에서 문화재청과 소방당국 사이의 신속하고 통일된 의견 일치도 없었다. 방화 경고라는 위험이 닥친 이유도 사전에 묵살했다.

문화재 관리를 총괄해야 할 책임자인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유럽 ‘외유성’ 출장으로 자리를 비웠다. 같은 시간 문화재청 역시 우와좌왕 하며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는 해명만 늘어놨다.

문화재청은 여전히 책상 위에 도면만 펼쳐 놓고 있다. 그 흔한 스프링클러 하나 설치하지 않은 채 부정적인 기사가 국민에게 전달될까 우려하는 모양이다.

문화재청 한 직원은 “우리가 무슨 잘못이 있느냐”며 “해외 출장을 갔던 청장님도 업무상 떠난 일을 두고 왈가왈부 하는 언론보도를 보며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 2월 10일 밤, 숭례문 화재 발생 때 혼란스러웠던 우리의 모습이다. 문화재에 국한해 보존.관리를 담당하는 문화재청과 화재 진압을 책임지는 소방당국 간 일치된 시스템 부재가 또 한번 드러나던 순간이다.

610년의 세월을 견디며 국가의 상징이자 안위처럼 여겨져 온 ‘국보1’가 잿더미가 될 때 저마다 책임공방을 벌이며 또 한번 국민들 가슴에 ‘재(災)’를 뿌렸다.

2005년 4월 발생한 강원도 속초 산불로 사라진 낙산사 ‘동종’(보물 제479호)은 영원히 결번 처리됐다. 문화재 지정번호에 대한 의미가 퇴색하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국보1호의 가치와 상징성이 사라진 것은 국민 모두를 공범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사전위험 경고와 혼란 등을 겪었어도 그저 제자리에서 맴돌 뿐이다. 문화재가 사라진 한편에 ‘가치 보호’라는 존립의 길을 찾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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