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벽두에 정부가 녹색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4대강 살리기, 녹색 교통망 구축과 청정에너지 보급 등의 사업에 향후 4년간 50조원을 들여 총 96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당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잠재적 성장동력 확충과 환경보전 등으로 한국경제가 녹색경제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이번 조치에 대해 호의적이지 못한 지적도 나온다. 비판의 주된 대상은 녹색뉴딜 정책을 통해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건설ㆍ토목 위주의 단순 노무직에 불과하며, 이번 발표에 신산업 육성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 한시적 일자리 제공이 늘어나면 사회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최근의 심각한 고용사정을 감안하면 이렇게 한가하게 비판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지난해 12월 취업자 수가 2324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1만2000명이 줄었다. 취업자 수 감소는 2003년 카드 대란 이후 5년여 만에 처음이다. 특히 청년층과 저소득층 일자리가 더 빨리 더 크게 줄었다.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는 9만3060명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84%나 늘었다. 현재 공식 실업자 78만7000명에다 취업 포기자 등의 무직자를 합쳐 사실상 300만 명이 실업상태라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실물경기가 더욱 악화돼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실업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고용 대란’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손 놓고 있다면 그것은 직무유기다. 물론 정부의 일자리 대책을 통해 신산업 위주의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양질의 고도 전문ㆍ기술직 일자리는 단기간에 만들어질 수 없으며 그 일자리 창출의 주역은 기업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양질의 일자리 운운하기에는 작금의 고용 악화가 너무나도 심각하다. 정부는 우선적으로 고용시장 안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양극화 개선과 같은 제도개선은 경기가 회복되면서 시행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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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우선 응급환자를 살려놓고 체력을 보강하면서 점차 체질을 개선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이와 같은 단계별 정책 시행의 중요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뉴딜 정책의 목표와 시행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1930년대의 미국 뉴딜 정책은 강력한 경기부양과 동시에 광범위한 제도개혁을 수반한 정책이었다. 뉴딜 정책은 3R로 대표되는 일관성 있는 방향성을 가지며 단계별로 시행됐다.
우선은 대공황으로 인한 대량실업을 구제(Relief)하는 것이었고, 다음으로 대공황 이전의 소득수준과 산업질서를 회복(Recovery)하는 것이었으며, 끝으로 사회적 불균형과 시장시스템의 모순을 개혁(Reform)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금융제도 개혁이나 실업자 구제책이 1930년대 전반에 시행되었으며, 후반에는 노동제도나 사회보장제도를 개혁하는 법률이 도입됐다. 이 정책을 통해 미국경제는 뚜렷한 회복세를 시현했으며 미국 복지제도의 기초가 형성되었다.
이런 뉴딜 정책으로부터 우리는 불황타개책으로서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다. 취업자가 늘어나야 돈이 돌아 소비가 늘어나고 이를 통해 투자가 늘어 경제가 살아나야 개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4년을 목표로 추진되는 녹색뉴딜 정책의 첫해인 올해에 우리 정부는 무엇보다 일자리 창출에 전념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부는 투자에 비해 일자리가 얼마나 늘었는지에 대해 철저하게 검증하면서 정책을 탄력적으로 조정해가야 한다.
수출과 내수 부진으로 실물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2009년 벽두에 그 추위를 가장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이들은 취업이 안 된 젊은이들이나 직장을 잃은 가장들일 것이다. 이들에게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