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뒤로 밀리는 중환자들

[기자수첩] 뒤로 밀리는 중환자들

최은미 기자
2009.09.25 08:39

"신종플루에 너무 많은 무게를 두다보니 정작 급한 중증환자들이 뒤로 밀리고 있어요. 이런 상황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대형종합병원 한 관계자의 말이다. 이 병원은 올 4월에 오픈한 중환자실을 신종플루 격리실로 비워두고 있다.

대학병원의 모 교수는 "하루에도 수차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소 등에 감염자수와 타미플루 처방건수를 보고하느라 정상적으로 환자를 보기 어려울 정도"라며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처럼 신종플루에 대응하는 나라가 있는지 묻고싶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처럼 신종플루 감염자를 일일히 집계하는 나라는 없다고 한다. 초기대응시스템이 우리와 비슷했던 미국도 지금은 전체 인플루엔자 환자 추이 정도만 살피고 있다. 유럽연합도 심각한 중증환자 사례만 추계하고 있다고 16일 발표했다. 겪어보니 심각하지 않을 뿐 아니라 확진검사 없이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감염자 집계는 의미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같은 인플루엔자인 계절독감의 경우 일일히 집계하지 않고 있다. 발생 추이정도만 파악하는 상황이다. 계절독감도 신종플루처럼 폐렴의 불씨가 돼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에 치명적이라는 점에서 신종플루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에서 한해 폐렴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집계된 숫자만 5000여명에 이른다. 결핵으로도 매년 2600여명이 사망한다. 매일 집계하자고 덤비면 하루에도 각각 13명, 7명 꼴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지난 4월부터 공식 집계를 시작, 감염자만 1만5000명중 11명이 희생된 신종플루에 지금처럼 에너지를 쓸 필요가 있냐고 의료기관이 아우성치는 이유다. 게다가 신종플루 사망자 9명은 고령에 다른 병을 앓고 있었던 고위험군이었다.

정부의 현 대응체계가 과잉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리 미리 준비하는 것이니 어떠냐"는 주장도 있지만 "이 때문에 병원이 원래 해야할 일을 못하게 만드는 것이 문제"라는 의료계의 하소연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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