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정치권의 '난타전'이 점입가경이다. 한해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예산안 논의는 한 발짝도 진전을 보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만 거듭하고 있다.
여야는 고장난 레코드처럼 서로 "네 탓" 타령만 하며 날을 새고 있다. 정치의 본령인 대화와 타협은 실종된 지 오래다. 보기에 답답했던지, 정부도 팔을 걷어붙이고 링 위에 올라섰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준예산 편성을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 입법부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은 예산안의 연내 통과가 불발되면 의장직을 사퇴하겠다는 '강수'를 던졌다. 최악의 경우 국회의장 사퇴와 준예산 집행이라는 불미스러운 기록을 남기게 된다.
그보다도 걱정스러운 것은 국민들이 입게 될 피해다. 준예산이 뭔가. 국가 비상사태 때 최소한도의 정부기능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임시변통 식 예산이다. 공무원인건비나 청사유지비, 연속적인 국책공사비용, 기초생활수급자 지원비용 등만 집행된다.
당연히 신규사업은 추진이 전면 중단된다. 실제 준예산이 편성되는 사태가 발생하면 정부 지원이 꼭 필요한 서민·빈곤층의 타격이 가장 클 것임은 불문가지다. 경제위기 극복의 모범생으로 인정받으면서 어렵게 쌓아놓은 국가신인도의 추락도 뼈아픈 대목이다.
준예산 편성은 또 다른 파국의 시작이라는 점에서도 피해야만 한다. 감정의 골이 파일대로 파인 여야의 정식예산 편성 논의 과정에서 현재의 지루하고도 무익한 공방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국론은 다시 분열되고 국력은 낭비될 수밖에 없다.
준예산 편성보다는 차라리 '날치기 통과'가 낫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물론 이 경우에는 국회에서 주먹이 오가는 '활극'이 세계인의 조롱거리가 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주요 20개국(G20) 개최국이 되면서 조금은 향상됐던 국가 이미지가 깎이는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
공자님 말씀 같지만 결국 가장 최선은 지금이라도 여야가 양보의 미덕을 발휘해 예산안을 합의 처리하는 것이다. 12월31일까지도 그 길은 열려 있다. 금명간 "극적인 예산안 타협"이라는 헤드라인이 1면을 장식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그래야만 정치는 물론, 나라와 서민들도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