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퓰리즘 법안 '너무 표난다'

'표' 퓰리즘 법안 '너무 표난다'

박영암 기자, 최환웅
2010.03.05 07:05

재정건전성 주문하며 '인기영합' 정책 남발

최근 재정건전성이 국정 현안으로 부상하자 잠을 설치는 기획재정부 간부들이 늘고 있다. 올해 국가채무가 407조로 국내총생산(GDP)대비 36.1%에 달하자 세입을 늘리고 세출을 줄이는 방안을 찾느라 밤을 지새우고 있는 것.

하지만 정작 재정부 간부들이 걱정하는 것은 장기적인 국가재정보다 눈앞의 유권자 표를 의식하는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포퓰리즘(대중들의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과 정치노선) 정책 때문이다.

"재정건전성을 주문하면서 재정악화를 가져오는 유권자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과 법안들이 남발되고 매우 걱정된다." 4일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치권과 시민단체 일각에서 주장하는 '초중등학교 무상급식'을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 꼽으며 이같이 탄식했다.

이미 저소득층 자녀에게 무상으로 점심을 제공하고 있어 국가 재정의 복지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게 정부 시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여력이 있는 가정의 학생까지 포함해 전체 초중등학생으로 무상 급식을 확산하는 것은 재정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라는 것. 게다가 야당 주장대로 무상 급식을 할 경우 소요예산은 1.8조원에서 3조원에 달한다. 올해 지출예산(292조원)의 1%에 해당되는 막대한 금액이다.

이 관계자는 "2013년 재정균형을 달성하려면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여야 한다"며 "6월 지방선거를 비롯한 각종 선거에서 선심성 공약 남발로 예상치 못한 지출이 늘면 균형재정 달성 시기는 무한정 늦춰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포퓰리즘 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로 전기세를 거론했다. 그는 "효율성의 반대가 포퓰리즘"이라며 "경제논리로 따지면 전기세 인상에 누구나 공감하지만 여기에 정치논리가 개입되면서 결국 적자폭을 재정이 메워주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기요금은 원가에 연동시켜 인상하고 전기를 쓸 수 없는 계층은 지원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지금처럼 전기요금을 낮게 유지하면 초과수요 발생으로 공기업인한국전력(43,550원 ▼950 -2.13%)의 적자가 더욱 커져 정부 입장에서는 이중으로 부담을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한전은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2008년과 지난해 각각 3조6500억 원과 56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이 커지자 정부는 지난해 2월 6680억 원의 보조금을 한전에 지급했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정부가 보유한 한전 지분이 50%가 넘는 만큼 한전 적자가 쌓이면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갈 수 밖 에 없다"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 중 상당수가 포퓰리즘 정책의 산물이라고 재정부 간부들은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다.

민주당 오제세 의원이 최근 대표발의 한 '휘발유 등에 붙는 유류세를 일괄적으로 10% 공제하자'는 법안도 재정부 세제실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세제실 고위 관계자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2조원의 세수감소로 재정운용에 부담이 된다고 우려한다.

'기업도시에 대한 감세혜택 확대', '중소기업 법인세 면제기간 연장' '노인복지시설에 대한 감세 확대' '소득공제 확대' '북한에서 넘어온 새터민 고용업체에 대한 감세혜택'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 많은 법안이 국회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해당 이해 관계자에는 반가운 법안이지 재정부 간부들에게는 불면의 밤을 보내게 하는 고민거리다. 그리스 등 유럽 일부 국가의 재정파탄이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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