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 의협 회비는 눈먼 돈..문제지적에 되레 비난"

"300억 의협 회비는 눈먼 돈..문제지적에 되레 비난"

최은미 기자
2010.05.18 13:33

의협 회장 고발한 노환규 전국의사총연합 대표, "지금은 세대전쟁中"

"누가 봐도 잘못인데 잘못인줄 모르니.."

2600여명의 의사가 가입돼 있는 전국의사총연합 노환규 대표는 지난 17일 오후 2시 동료 의사 340명의 위임장을 받아 경만호 대한의사협회 회장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업무상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다.

↑노환규 전국의사총연맹 대표
↑노환규 전국의사총연맹 대표

고발장을 접수한 뒤 기자와 만난 노 대표는 착잡한 얼굴이었다. 속해있는 단체의 장을 직접 고발했으니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을 터. 노 대표는 "어제 밤까지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고발장을 접수하기로 결정했다"며 "외부의 힘을 빌려서라도 부끄러운 일이 반복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게 나와 뜻을 같이한 340명 의사들의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동료의사들이 경 회장을 고발하고 나선 이유는 횡령과 배임 혐의 때문이다. 경 회장은 '의료와 사회포럼'이라는 의사단체에 연구용역을 맡기는 것처럼 꾸며 1억원의 연구비를 판공비로 쓰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달 25일 62차 정기총회를 앞두고 배포된 모 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를 통해 불거진 것이다.

모 대학 총장에게 10개월간 법인카드를 빌려준 뒤 3000여만원을 쓰도록 한 것과 시사월간지 등 2개 언론사에 공모절차 등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총 3억원의 연구용역을 준 혐의도 받고 있다.

↑노환규 대표 외 340명의 의사들은 17일 경만호 회장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노환규 대표 외 340명의 의사들은 17일 경만호 회장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노 대표는 "법인카드를 빌려준 모 대학 총장은 알아보니 의료계와 전혀 관련없는 사람이었다"며 "수사과정에서 밝혀지겠지만 언론사에 각종 절차를 어겨가며 수의계약으로 수억원의 연구비를 준 것도 정관을 어긴 일"이라고 주장했다.

노 대표는 고발을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로 "내부 임원들이 관행에 젖어 잘잘못을 가리는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회원들의 혈세인 협회비를 눈먼 돈 정도로 생각하는 거죠. 잘못을 했으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하는데.."

의사회원들의 회비로 구성되는 의협의 한 해 예산은 2010년 기준 326억원 규모다. 의사 1인당 매년 33만원 가량을 납부한다.

특히 그는 "썩은 관행에 무뎌진 대의원들 역시 회장과 집행부의 잘못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덮어주는데 급급하고 있다"며 "오히려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들이 욕먹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노 대표는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의사다. 서울 강남에서 피부 비만 성형 등을 다루는 AK존스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흉부외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아주대병원에서 흉부외과 교수로 일했지만 1999년 그만뒀다. 의료제도의 문제점을 몸으로 겪어내다 지쳤단다.

↑노환규 대표
↑노환규 대표

그만둔 후 건강관리서비스업을 시작, '에임메드'와 'HC헬스케어'를 차렸지만 각각 메디포스트와 녹십자에 인수됐고, 2006년 피부-성형 전문 클리닉을 개업했다. 대표적 '기피' 진료과인 흉부외과 교수로 시작해 강남 한복판에서 경쟁의 최전선에 있는 뷰티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이날도 오후 2시 수술을 4시로 미루고 왔단다.

"요즘 젊은 의사들 벼랑에서 떨어지기 직전입니다. 당장 먹고살기 힘든 판인데 협회는 눈먼 돈 주무르는 데나 관심이 있지 현장의 의사들 목소리는 듣지 않아요. 얼마나 절박한지 모릅니다."

노 대표는 이번 고발을 '세대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의사하기 좋은 시절'에 활동하다 원로가 된 의사들과 젊은 의사들의 전쟁이라는 뜻이다.

그는 "대표직을 맡고 있는 전국의사총연합은 개혁을 바라는 의사들의 모임"이라며 "협회 회원이자 전의총 대표로서 회장을 권력직이 아니라 막중한 책임감으로 봉사하는 자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협회를 이끌 때까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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