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 진실게임, 中 환율조작 vs 美 과소비

환율전쟁 진실게임, 中 환율조작 vs 美 과소비

김창익 기자, 김한솔
2010.09.28 14:52

"'美 과소비가 무역적자 주요 원인' 컨센서스"...위안화 절상, 불균형 해소에 도움안돼

미국 무역적자 문제의 원인은 중국의 환율조작 때문인가, 미국의 과소비 때문인가.

미국-중국간 환율전쟁이 점입가경이다. 오바마 정부는 재정-무역적자 문제가 심화된 것을 위안화 절하 탓으로 돌리며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이 위안화 절상에 대해 기대하는 제스쳐를 취하지 않자 상계관세 부과 등 실질적인 보복에 나설 태세다.

후진타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란 입장이다. 글로벌 불균형의 원인은 미국의 과소비 때문인데, 미국이 자기 문제를 놓고 남의 탓만 한다는 것이다. 과연 누구의 주장이 맞을까. 이는 이번 환율 전쟁이 어떤 식으로 결론을 맺을 지를 가늠하는 데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경제전문가들은 글로벌 불균형의 원인을 어느 하나로 단정 짓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환율과 양국의 소비(투자) 행태,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특성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 다만 양측의 주장만 놓고 보면 중국 쪽의 주장이 비교적 타당하다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기운다.

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박사는 "글로벌 불균형을 둘러싼 미-중간 논쟁이 본격화 한 것은 2005년 벤 버냉키 FRB 의장의 세계적 저축과잉론이 발단"이라며 "그 이전까지는 미국의 과소비(낮은 저축률)가 무역적자의 원인이란 게 지배적 견해였다"고 말했다.

저축과잉론은 쉽게 말해 중국이 수출로 번 돈을 쓰지 않고 저축, 미국 국채에 투자함으로써 중국 무역흑자-미국 무역적자란 글로벌 불균형 상태를 심화시켰다는 주장이다. 양국 소비의 불균형이 글로벌 불균형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내 통장 잔고가 마이너스(-)인 게 내가 많이 써서가 아니라 상대가 너무 쓰지 않아서란 말처럼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이 논리는, IMF(국제통화기금)와 G7이 거들면서 중국을 압박하는 매우 유용한 무기로 쓰이고 있다.

G20 테이블에서 글로벌 불균형의 해법으로 거론되는 신흥시장국의 '내수 진작'도 그 배경엔 버냉키 의장의 저축과잉론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이 전면에 내세운 해법은 이런 진단과는 거리가 있다. 중국의 저축 과잉이 불균형의 원인인데 위안화 절상을 최전방에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진단대로라면 미국은 소비를 줄이고 저축률을 높이는 내핍의 길로 가야하는 데, 이는 정치적으로 매우 부담스러운 해법"이라며 "위안화 절상 압박은 내부 문제를 외부화 시키는 매우 유용한 정치적 카드"라고 말했다.

김용기 박사도 "월마트 등 미국의 메이저 유통업체들은 위안화 절상에 오히려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위안화 절상 카드는 미국 내에서조차 완전한 지지를 받지 못하는 논리"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절상 카드의 유용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유금화 삼성경제연구소 박사는 "미국과 중국의 수출 산업구조와 노동력 원가 차이 때문에 위안화 절상이 무역 불균형 개선에 도움이 될 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통계상으로도 인위적 환율 조정이 미국의 무역적자 문제 해소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1985년 프라자합의로 엔화는 달러당 238엔(85년 평균)에서 다음해 168엔으로 절상됐지만, 미국의 대(對) 일본 무역적자는 85년 497억 달러에서 86년 585억 달러, 87년 598억 달러로 오히려 늘었다.

중국도 마찬가지. 2005년 7월 고정환율제(페그제)에서 관리변동환율제로 전환한 이후 위안화는 달러당 8.1922위안(2005년 평균)에서 2009년 6.8311위안으로 20% 절상됐다. 하지만 미국의 대 중국 무역적자는 2005년 2016억 달러에서 2006년 2325억달러, 2007년 2562억달러 등으로 늘었고, 금융위기인 2008년 2009년에도 각각 2663억 달러, 2268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렇다고 이번 환율전쟁에서 중국이 미국의 우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위안화 절상을 놓고 벌어지는 양국의 환율전쟁은 누구의 논리가 맞느냐는 진실공방이 아니라,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파워게임.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박사는 "프라자 합의는 힘의 불균형 상태에서 슈퍼파워가 강요한 힘이 있지만, 지금 중국의 상황은 당시 일본과 크게 다르다"며 "하지만 중국도 고정환율제에 대한 원죄의식이 있어 서로 상쇄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용기 박사도 "미국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위안화 절상 압력을 높일 것이고, 중국은 위안화 가치의 상승보다는 아직은 경제성장에 방점을 찍을 수밖에 없다"며 "서로가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점을 찾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폭 추가 절상하는 수준에서 봉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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