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한국경제 결산 2
"전반전과 후반전엔 골을 넣어야 될 골대가 달라진다. 상황이 바뀌었는데 애초의 골대로 공을 차면 자책골이 된다" 기획재정부 국제금융 라인이 자주 애용하는 '골대론'이다. 정책의 일관성도 중요하지만 시의성 역시 놓칠 수 없는 부분이라는 얘기다.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 위기를 전후해 급격한 자금이탈로 외화유동성 위기를 겪자 재정부는 지난해부터 외화유동성 확보를 위한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올해는 거꾸로 주식, 채권시장으로 거세게 밀려드는 외국인 자금 때문에 이 같은 대책을 도로 거둬들여야 하는 정반대의 상황에 직면했다.
냉탕이 갑자기 온탕도 아니고 열탕이 됐고 이로 인해 화상(인플레이션과 자산버블)의 위험에 노출된 것이다. 특히 미국의 양적완화 등 각국이 환율전쟁 차원에서 돈을 찍어냄에 따라 단기 투기성 자금이 몰려든 것에 큰 부담을 느꼈다. 여차하면 또 빠져 나갈 자금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자본통제’라는 비판을 피하면서도 핫머니의 유출입을 적절히 규제해야 하는 방도를 찾아야 했다. 외환위기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길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IMF(국제통화기금) 등 국제금융기구가 자본유출입 규제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국제사회에 확산시킨 것은 정부의 고민을 덜어 주는 계기가 됐다.
재정부는 6월에 은행의 외환선물 포지션 한도를 신설하는 것을 외화유동성 종합대책을 일차적으로 내놓았다. 11월에 열린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신흥국의 급격한 자본유출입을 막기 위해 핫머니(단기성 투기자금) 규제를 제한적으로 인정한 뒤 정부의 정책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재정부는 G20 회의 뒤 의원입법 형식으로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에 대한 과세를 부활시켰고 은행세를 거시건전성부담금이란 이름으로 부과하기로 했다. 추가적인 규제 강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이처럼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국난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임종룡 재정부 차관은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당시 대외위험에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던 전례를 고려해 대응 체제를 갖췄다"고 자평했다.
정부가 G20정상회의 의제로 집중 제기한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역시 중요한 성과다. 한 나라에서 발생한 금융위기로 각국이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하자는 것인데, 미국에서 뛴 불똥에 피해를 입었던 한국 입장에서는 그만큼 절실한 의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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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G20정상회의에서는 급격한 자본유출입으로 위기에 처한 국가가 IMF를 통해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했다. 즉 G20이 탄력대출제도(FCL) 개선과 예방대출제도(PCL) 도입을 핵심으로 한 IMF의 대출제도 개선안을 최종 승인한 것.
정부는 궁극적으로 IMF 대출 체계에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와 같은 지역 금융안전망까지 연계하는 방안을 내년 프랑스 G20정상회의에서도 제기할 방침이다. 대외위험에 2중, 3중의 방어막을 쳐 일시적인 외화유동성 문제가 국가 부도로 이어지는 사태를 막는다는 점에서 급격한 자본유출입 규제와 맥락이 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