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을 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은행을 하나 소유하는 것이다'라는 말은 다른 곳이 아닌 금융 선진국 미국에서 돌아다니던 말이다.

우리는 요즘 저축은행 구조조정 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지만 미국은 1980년대 후반에 저축대부조합(Savings & Loan Associations) 부실로 홍역을 치렀다. 당시 저축대부조합의 소유자들은 저축대부조합을 통해 안 한 짓이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사업에 마구 투자했고 편법으로 대출했으며 그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착복하고 호화생활을 누렸다.
정부가 지원하는 모기지 회사를 든든한 배경으로 미국의 주택시장이 순항하자 저축대부조합들은 최대의 수혜자가 된다. 당시 업계에는 3-6-3 규칙이 적용되었는데 이것은 예금금리 3퍼센트, 대출금리 6퍼센트, 그리고 오후 3시에 골프를 치러 나간다는 뜻이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서 저축대부조합은 은행화되었고 저축대부조합은 정치인들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해서 새로운 규제가 도입되는 것을 잘 막았다. 어디서 많이 본 그림 아닌가? 그 결과 747개의 저축대부조합이 도산하고 미국 GDP의 6퍼센트에 달하는 3,234억 달러가 증발했다. 이는 1990년대 초 미국 재정적자의 주범이 된다.
저축은행 문제는 프로젝트파이낸싱이 핵심이지만 지금 가계부채 문제가 보여주듯이 금융기관의 부실은 부동산(주택)이 발단이 되는 것이 보통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서브프라임 주택모기지시장에서 시작되었다. 집을 소유한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삶에 있어서 중요한 에너지를 공급해 주고 심리적 안정을 가져다 준다.
우리도 수입한 미국식의 민주주의는 개인의 재산권 보장에 기초하는데 정치적으로 가장 중요한 재산은 집이다. 집은 각자에게 성(Castle)이라는 말이 민주주의의 발상지인 영국에서 나왔다. 미국은 뉴딜 시대에 주택 건설분야에서 성공함으로써 공산주의의 위협을 차단했다고 하버드의 역사학자 퍼거슨 교수는 말한다.
그래서 주택 문제는 고도로 정치적인 문제다. 정부가 국민들의 주택 보유를 지원하는 것은 어느 나라, 어느 정권에서도 중요한 우선순위를 차지한다. 동서를 막론하고 새로 출범하는 정권마다 주택보급률 확대를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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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아파트 공약을 우리도 들어보지 않았나? 문제는 아무리 정부가 국민들에게 집을 마련해 주고 싶어도 돈이 없는 국민들은 금융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주택보유 지원은 주택구입 금융지원으로 모습이 바뀌었다. 집을 사는데 빌린 돈의 이자를 갚으면 면세혜택을 누리는 세제혜택도 단골메뉴다. 레이건 대통령은 이를 아메리칸드림의 핵심적인 부분이라고까지 했다.
저금리가 촉발하는 인플레 위험을 무릅쓰고 주택보급률을 높이려는 정치적 행동은 비판할 일만은 아니다. 또, 생산적인 건설은 미래에 대한 중요한 투자다.
오바마 대통령도 얼마 전 의회에서 사회간접자본시설 개선을 통한 건설경기부양을 고용창출의 방안으로 제안했다. 요즘 미국을 여행해 보면 지하철, 다리, 도로, 학교건물 어느 한 구석도 1급 국가다운 데가 없다. 그렇지만 모자라는 돈으로 집을 장만하고 건설사업을 사익추구를 위해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금융사기와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 정관계 로비, 그리고 재정적자로 이어지는 금융기관의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미국의 역사와 우리의 현재가 보여준다. 불법과 범죄에 대해 엄중하게 조치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미국 저축대부조합 사건에서는 550명이 유죄판결을 받았고 326명이 복역했다. 개인적으로 부과된 벌금액수도 800만 달러였다. 관련된 정치인들은 의회의 윤리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위법행위에 가담하지는 않았어도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퇴임하는 검찰총장이 저축은행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당부하고 떠난 것을 각별히 새겨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