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회'가 빠진 위기론

[기자수첩]'기회'가 빠진 위기론

김진형 기자
2011.10.03 16:23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렸던 2009년 제주도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하계포럼의 이슈는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만들 것인가'였다.

당시 전문가들은 글로벌 기업들이 몰락하거나 주춤하는 시기를 우리 기업들이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고 실탄을 쌓아온 우리 기업들 중 상당수는 금융위기에 국제무대에서 약진하는 성과를 냈다.

위기는 항상 이처럼 이면에 기회를 품고 있다. '위기가 준비된 자에게 곧 기회'인 이유다.

최근 유럽 재정위기가 터진 후 우리 경제가 또 다시 '위기'에 직면했다. 실제 위기의 징후들이 적지 않다.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환율은 치솟고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2008년 위기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바로 체감할 수 있는 금융지표들 외에 최근에는 실물지표에도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경상수지 흑자가 급감했고 향후 경기를 보여주는 경기선행지수 상승세가 멈췄다. 정부는 '우리는 튼튼하다'면서도 비상경제체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번 위기에는 '위기'만 있을 뿐 '기회'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정부도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부정적인 지표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지표에는 의구심을 표시하면서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낼 뿐 이번 사태가 우리에게 어떤 기회를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강조하지 않는다.

물론 아직 이번 사태가 어떤 식으로 해결될지, 그 영향이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기회를 논하는 것이 시기상조일 수는 있다.

하지만 최근 시장의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최근 뉴욕을 갔더니 우리 외환건전성에 대해 반반으로 보더라" 반은 '아직 우리가 2008년과 같은 외환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지만 그의 뒷말이 의미심장했다. 그는 "현재 우리 외환시스템은 테스트를 받고 있다"며 "외국인들이 주목하는 각종 지표들을 '예쁘게' 유지한다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08년에는 반도 안됐다' 반이라도 좋게 보는 건 그나마 2008년의 위기를 거치면서 우리 시스템이 개선됐다는 의미다. 역으로 보면 지금의 금융시장 불안을 잘 넘기면 다음 위기에는 우리 시스템을 의심하는 외부의 시선이 '반의 반'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는 얘기기도 하다. 이번 위기가 이면에 품고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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