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대책을 발표한 지 1년이 지났다. 동반성장이라는 화두가 제기된 이래 활발한 찬반 논쟁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비판적이거나 회의적인 의견도 적지 않지만 동반성장 그 자체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 듯 보인다. 기업 경쟁력을 위해서나 국민경제 지속발전을 위해 동반성장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대체로 인정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간 신뢰와 협력이 이뤄지는 산업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 그러나 선행돼야 할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공정거래다. 기업 간 공정거래 없이는 진정한 신뢰가 있을 수 없고 심도 있는 협력도 불가능하다.
우리 경제는 선진국 문턱에 있지만 대·중소기업 관계가 공정하지 않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산업연구원(KIET) 조사에 따르면 대·중소기업 관계가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2.0%에 불과하고 '불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81.2%나 됐다.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공정한 거래관행 정착은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는데 고질적인 대·중소기업 간 '갑을'(甲乙) 문화와 불공정 거래관행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전화나 팩스 한 통화로 납품단가를 일방적으로 인하한다거나 납품대금을 현금이 아닌 어음으로 지급하는 일은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후진적 거래관행이다. 이런 관행은 시간이 흐른다고 저절로 개선되지 않을 것이고, 개선될 때까지 손 놓고 기다릴 이유도 없다. 공정거래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되는 이유다.
대·중소기업 공정거래를 위한 정책은 1980년대 이래 오랜 연원을 갖지만 동반성장 추진대책 이후 지난 1년 간 법적·제도적 수준이 분명히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구두발주 근절을 위한 서면계약문화 정착, 납품단가 감액 입증책임 전환, 2차 이하 협력사에 대한 하도급법 적용 확대, 기술자료 유용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은 공정한 하도급 거래질서 확립에 크게 기여하리라 평가된다. 제조 및 건설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시 되던 유통시장의 납품거래 공정화를 위한 '대규모 유통업법' 제정도 공정거래 확대에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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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은 주로 정부의 추진방식에 관한 것이다. 따라서 정책 추진과정에서 정부가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동반성장의 주체는 기업이다. 정부는 법적·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시장을 감시하는 생태계의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한다.
동반성장정책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은 주로 정부의 추진의지에 관한 것이다. 동반성장은 정치적 의도로 추진되거나 일시적인 유행으로 치부될 사안이 아니다. 새로운 문화와 인식이 정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정책적 관심과 추진의지가 요구된다.
선진 거래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해 보완할 과제도 있다. 첫째, 납품단가 결정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 노력으로 원가절감이 이뤄졌는데 그 성과가 일방적 단가 인하로 대기업에 돌아간다면 부당하다. 노력에 상응한 보상이 따르지 않는 경제시스템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둘째, 결제관행이 선진화돼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거래대금을 어음으로 결제하지 않는다. 어음 결제의 문제점을 완화하기 위해 대체수단이 보급되고 있지만 이 역시 대기업의 자금 부담을 중소기업에 전가한다는 측면에서 어음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어음이나 어음대체수단이 아니라 현금이 주요한 결제수단이 돼야 한다.
셋째, 중소기업 기술보호가 강화돼야 한다. 중소기업 경쟁력의 원천은 이제 저임금이 아니라 기술과 혁신으로 바뀌고 있다. 기술과 혁신을 위한 중소기업의 노력이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한층 적극적인 기술보호 시책이 강구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