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1500억기부 선언 배경]'부자기부' 넘어 광범위 확산 기대 "더 늦으면 못해"
"오래 전부터 생각해 온 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5일 보유중인 안철수 연구소 지분 절반을 기부하기로 한 데 대해 짧게 밝힌 말이다.
실제로 안원장은 2~3년 전부터 주변사람들과 이같은 논의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시점에서 기부를 실행하게 된 것은 지난달 서울시장 선거를 계기로 자신의 행보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데 대한 부담이 어느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안원장은 최근 "더 늦어지면 못할 것 같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미 야권의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총선과 대선이 다가올수록 기부에 대한 정치적 해석이 더욱 힘을 얻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월가시위가 세계각국은 물론, 국내에도 상륙하고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부자들의 기부 운동이 본격화되는 등 국내에서도 지금이 '노블리스 오블리주'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시킬 적기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관측이다.
안원장은 수년전부터 상위 10%에 속하는 사람들은 수입, 혹은 소득의 10% 정도를 기부해서 하위 10%의 열악한 사람들을 도와줘야 한다는 '10-10-10' 구상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사회의 부자들이 10% 정도의 기부를 하는 것은 일종의 '명예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최근 영국에서 로스차일드 그룹 상속자 등이 참여한 '리거시 (Legacy) 10' 운동이 공식 출범하자 안원장은 "세상엔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거시 10'운동은 부호들이 재산의 10%를 기부하자는 운동으로, 영국 정부는 기부자들에게 상속세를 10~36%까지 면제해주는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10%'라는 식의 인위적 구분이 계층간 갈등을 부각시킬수 있고, 종교적 상징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보다 광범위하고 적극적인 '한국식 기부해법'을 고민했다는 것이다.
안원장은 '10%'를 훨씬 넘는, 사실상 재산의 절반을 기부한 데 대해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도 '마중물'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메일에서도 "뜻있는 다른 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주변 인사들은 안원장이 워런 버핏이나 빌 게이츠, 혹은 '리거시 10' 운동과 같은 '부자기부'보다 더 넓은 '한국식 기부해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단돈 1만원이라도 남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기부할 수 있도록 해서 사회 전체로 확산시키자는 것이다.
'빌 게이츠 재단'처럼 특정 부호의 재산을 관리하는 재단법인이 아니라, 철저히 공공화된 '성실 공익법인' 구상이 흘러나오는 것도 이같은 배경 때문이다. 부자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재산을 기부할 수 있는 투명한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고 확산시키자는 구상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특히 저소득층 자녀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이들이 사회의 주축으로 자라 또 남을 돕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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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원장 주변인사는 "서로 싸우다가도 문제가 극도로 심각해지면 너도 나도 힘을 합칠수 있는 게 한국사회의 특징"이라며 이해관계를 떠나 안원장의 진정성을 인정하고 '한국식 기부 해법'이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사회 구성원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줄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