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고용, 새로운 대한민국]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

새로움은 항상 양면적인 의미를 가진다. 새로움에 직면했을 때 이를 발전과 도약의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지만, 익숙한 것들과의 헤어짐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돌이켜 보면, 2011년에도 새로운 변화들이 많이 있었다. 그 중에서 유독 기억에 남는 변화를 꼽으라면, 바로 실력 중심 사회로의 패러다임 변화를 말하고 싶다.
그간 학력주의는 우리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다수의 국민들이 성공은 실력 보다 학력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믿어왔다. 이러한 사회적 풍조에 따라 청년들은 별다른 고민 없이 학력 쌓기에 매몰됐고 부모들도 전폭적으로 지원해 왔다. "고졸을 차별하는 제도는 없었어도, 고졸을 차별하는 문화가 있었다"는 어느 고졸 근로자의 말처럼 사회에는 학력만을 잣대로 사람을 평가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더욱 견고해졌다.
이로 인해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부담해야 할 짐은 매우 컸다. 사회 전반적으로 학력 수준이 과도하게 높아지는 학력인플레 현상이 심화되었고, 필요 이상의 높은 학력 수준으로 인해 노동 시장 내 인력 미스매치와 하향 취업이 지속됐다. 또 지나친 교육열에 따른 사교육비 부담 가중 등의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 부담도 커졌다. 무엇보다 획일적 기준에 의한 줄 세우기식 학력주의 문화로 능력 있는 젊은이들이 좌절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지난해부터 변화하기 시작했다. 몇몇 대기업과 금융권, 공공기관 등이 고졸채용 확대 계획을 발표했고, 언론에선 학력의 불리함을 딛고 사회적 성공을 이룬 '열린 고용 리더'들의 사례를 조명했다. 더불어, 사회 각 분야에서 학력차별의 문제점과 그 해소방안에 대한 논의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춰 정부도 종합 대책을 마련했다. 공공부문이 선도적으로 변화하고 이러한 변화가 민간에 확산되도록, 학교·노동시장·사회적 여건 등을 개선하는 방안이었다. 정부의 명확한 정책방향 설정 후 민간부문의 변화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소수의 대기업 중심의 고졸채용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됐으며, 대다수 국민들이 학력주의의 개선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게 됐다. 특히 이번 변화가 더욱 의미 있는 점은 학생들과 학부모가 변화에 동참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고졸학생들에 대한 취업의 문이 크게 넓어지자 특성화고교 등 고교졸업생들이 취업을 선택하는 비중이 증가했다. 학부모들도 사회 변화의 모습을 보고 자녀의 취업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우리사회의 뿌리 깊은 학력주의를 해소하기 위한 시도는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사회 전반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간판과 스펙이 아니라 실력과 능력을 먼저 보는 긍정적인 변화의 움직임이 더욱 견고해 지도록 하는 실천적인 노력이다. 고교 졸업생들이 학력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고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고, 취업한 후에도 배움을 통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터줘야 하며, 기업의 임금이나 승진 등 채용 후 인사관리도 학력보다는 능력과 실력에 따라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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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정부는 특성화고와 강소기업 간 채용 약정 훈련을 지원하고, 특성화 고교 선생님들의 현장연수도 지원해 현장에 강한 인력을 양성하려 한다. 고용센터에서 구인·구직부터 취업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취업 후에도 직무훈련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배우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정부도 뒷받침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사회 전체의 변화와 노력이다. 기업은 학력이 아닌 실력을 중심으로 채용하고 대우하는 전향적인 자세를 가지고, 사회 구성원들도 이러한 인식을 공유하고 실천해야 한다.
2012년에는 FTA 등 우리사회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들이 많이 열려 있다. 이러한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선 열린 고용의 바람이 더욱 멀리, 더욱 강하게 퍼져야 한다. 지난해 시작된 변화의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 열린 고용의 열매를 맺고 꽃을 활짝 피우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