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兆'씩 해외로' 고부가 시험인증시장 육성 시급

'매년 '2兆'씩 해외로' 고부가 시험인증시장 육성 시급

유영호 기자
2012.01.03 06:41

[시험인증산업 1부 上]"나눠먹기식 인증제도로 경쟁력 저하···단일 인증제도로 시장 키워야"

2.6%. 전 세계 시험인증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글로벌 시험인증 기관들을 앞세워 세계 시장의 60%를 잠식하고 있는 것과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

그렇다면 미국과 EU가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던 경쟁력의 원천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통합인증 체제 구축과 규제 최소화 등 국가적 차원의 전략적 지원이 '해답'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내 시험인증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난립한 인증 제도를 통합·운영 하는 한편 정책방향도 '정부 규제' 중심에서 '시장 자율' 체제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해마다 2조원이 해외로 샌다"=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수출, 수입제품의 시험인증 중 60%를 해외 기관에 맡기고 있다.

국내 기업이 해외 시험인증 기관에 직접 맡기는 시험비용 1조3000억 원과 SGS 등 국내에 진출한 해외 기관 지사에 맡기는 비용 7000억 원을 합치면 2조원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실제 커패시터·스위치 등 전자부품의 안전시험은 국내 시험인증기관 장비가 미미한데다 시험 능력 및 인지도가 해외 기관에 비해 낮아 거의 대부분 해외 기관이 전담하다시피 하고 있다.

건축소재 역시 해외 수입업체에서 국제표준화기구(ISO) 및 일본 산업표준(JIS) 시험방법에 맞는 시험 성적서를 요구하고 있어 대부분 해외 기관에 시험검사를 의뢰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조차 정작 시험인증 등 적합성 평가는 해외 기관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시험인증 능력이 해외보다 낮아 신뢰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애초부터 해외 유명 기관에 의뢰하기 때문이다.

김홍석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제품 생산과 판매가 전 세계에 걸쳐 이뤄지다 보니 기업들이 단 한 번의 시험으로 글로벌하게 통용되는 인증을 받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입 바이어가 자국의 시험 기관에서 발행한 성적서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나눠먹기식 인증제도···경쟁력 약화 '주범'=국내 시험인증 산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미흡한 경쟁구조가 손꼽힌다. 특히 각 부처에서 '나눠먹기'식으로 가지고 있는 법정 의무인증제도와 지정제도 등 복수인증제도가 시험인증 산업의 발전을 크게 저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12개 부처에서 110개의 법정 시험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법정 인증은 각 정부 부처가 관할하는 제품과 서비스, 시스템 등이 표준 또는 기술기준에 적합한지를 평가하는 '적합성 평가'다.

이는 다시 의무인증과 임의인증으로 구분된다. 의무인증은 제품의 생산·유통을 위해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인증이다. 공산품 안전인증, 정수기 인증, 안전설비 인증 등 7개 부처에서 모두 43개 인증을 운용·관리하고 있다.

임의인증은 환경보호와 에너지 절약 등 특정 정책목적 달성을 위해 9개 부처가 법에 의해 시행하는 인증이다. 환경부 환경마크를 비롯해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우수제품인증(GQ마크), 농림부 친환경농산물인증 등 67개에 달한다.

이처럼 부처별 지정제도는 대부분 부처 산하 공공기관을 시험인증 기관으로 지정하는 것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민간 기관에 일종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공공부문의 비대현상을 초래한다.

하지만 이렇게 매출을 늘린 공공기관은 정작 인력이나 투자 등에 대한 통제를 받기 때문에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인 대형화에 제약을 받고 있다. 결국 시험인증 산업 전반의 경쟁력 제고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임상수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인증이 부처별로 흩어져 있어 기업이 이중고를 겪게 된다"며 "중복되는 인증을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단일 인증제도가 경쟁력 제고 '열쇠'=그렇다면 우리 시험인증 산업을 위해 가장 시급한 대책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부처별로 흩어진 각종 인증제도를 과감히 통·폐합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최근 세계 시험인증 시장에는 '인증제도 통합'의 물결이 거세게 흐르고 있다. EU는 2009년에 단일 인증제도를 도입했다. 중국도 EU에 앞선 2001년 중국국가인증인정감독관리위원회(CNCA)를 설립, 인증제도 및 기관 통합을 추진해 2006년 완료했다. 일본 역시 단일인증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인증협정을 체결한 59개국 중 53개국이 단일 시험인증체계를 도입한 상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각 부처에 인증제도가 난립돼 있고, 국제공인 기관도 'KOLAS'(시험소), 'KAS'(제품인증), 'KAB'(시스템) 등으로 분리돼 효율적인 관리가 이뤄지기 어렵다. 인증제도 및 기관이 분산돼 정책 집중도가 떨어지는데다, 민간 시험인증 업체들도 '생존'을 위해 여러 인증을 동시에 취급하다보니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술표준원이 산업연구원에 의뢰해 시험인증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시험인증에 가장 큰 문제점으로 '비효율적인 시험인증제도 및 분산된 인정시스템'이 꼽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시험인증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각 부처에 분산된 인증제도 및 기관을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문성과 경험이 풍부한 기술표준원을 중심으로 한 통합이 실효성이 가장 큰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정부규제' 중심의 정책방향을 '시장자율' 체계로 전환하는 것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인증제도 및 기관을 기술표준원으로 통합해 정책관리를 맡기되 인정평가, 사후관리, 교육 등 인증관련 집행업무는 민간 위탁해 민간 시험인증업체들의 경쟁력을 제고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연구개발(R&D) 단계부터 기술개발과 시험인증을 연계하는 방법도 고려해볼만하다. 특히 녹색인증, 융복합 신제품 신속인증 등 신수요분야 시험인증 기술의 개발을 국가적 차원에서 촉진할 필요가 있다.

좋은 예가 선박평형수 R&D. 선박평형수는 선박의 균형 위해 선박 하단에 위치한 탱크에 채우는 물로 유출입에 따른 해양생태계 파괴 방지를 우려해 국제적 규약(IMO)에 의해 엄격히 관리된다.

국내업체는 이 선박평형수를 다룰 때 자외선을 이용하는 기술을 개발, 지난해 국제표준으로 최종 승인됐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2016년 약 15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설비 및 시험인증시장을 선점할 것으로 기대된다.

허남용 기술표준원 적합성정책국장은 "수요자 중심의 제도운영을 위한 범부처적 인정기구 도입의 필요성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며 "시험인증 산업에 대한 정부지원책을 개선하고 정책방향도 정부 규제 위주에서 탈피, 시장 자율 체제로 전환되도록 적극 노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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