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IT가 세계 최고? '두발' 두고 '외발'로 걷고 있다"

"韓 IT가 세계 최고? '두발' 두고 '외발'로 걷고 있다"

제네바(스위스)=유영호 기자
2012.01.03 06:51

[시험인증산업 1부 上]바르타 IEC/CAB 사무총장 "기술개발해도 검증은 해외서···시험인증산업 육성 시급"

"한국은 시험인증 등 적합성평가 활동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가브리엘 바르타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적합성평가이사회(CAB) 사무총장(사진)은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IEC본부에서 기자와 만나 "한국은 IEC에 세계 표준을 가장 많이 제안하는 국가지만 제안한 표준을 이행하는 적합성평가에서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IEC는 전기전자분야 기술·제품 표준화를 위해 국제규격을 정하는 국제기구로 지난 1906년 설립됐다. CAB은 IEC 산하의 3대 이사회로 전기전자제품의 안전인증 절차 및 방법 등의 원칙을 정하는 기구이다.

바르타 사무총장은 한국이 시험인증을 규제 측면에서만 다뤄 온 데 대해 강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제조업 강국인 한국에서 시험인증 산업의 발전 잠재력은 무한하지만 이를 육성해야 할 산업이 아닌 정부의 규제수단으로 접근하다 보니 성장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가공기술 중심의 제조업 경쟁력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진단도 내놓았다. 그는 "시험인증 산업이 발달하기 위해서는 원천기술력 확보가 중요한데 한국의 경우 이동통신과 반도체를 제외한 전기전자 분야 대부분이 가공기술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바르타 사무총장은 시험인증 분야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거스를 수 없는 산업의 물결이 바로 융합"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건설, 토목, 중화학 같은 전통적인 산업 분야에 전기전자 기술을 융합시키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 시험인증 등 적합성평가"라고 밝혔다.

그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아래 전 세계 시장의 단일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적합성평가도 '단일 인증체제(ONE MARK)'로 변화할 것"이라며 "앞으로는 시험인증 산업이 특정 국가의 산업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제조업이 현 경쟁력을 유지하거나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는 시험인증 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전제돼야 한다"며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르타 사무총장은 "적합성평가는 기술, 부품·소재, 중간재, 완성품 등 제품 전주기에 걸쳐 이뤄지지만 한국은 그동안 완제품 생산에만 집중했다"며 "독자 기술로 신제품을 만들고도 검증은 다른 국가(기관)에 의존하는 것을 보면 마치 '외발'로 걷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국은 이동통신,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스스로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고 있다"며 "시험인증을 포함한 전주기 사이클을 완성해야만 자타가 인정하는 진정한 '세계 1등'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바르타 사무총장은 시험인증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우선 제조업체들과 시험인증기관의 상호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시장 창출이 어려운 만큼 수요 기업이 장기적 안목에서 시장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대기업들이 시험인증을 외국 기관에 맡기고 있는데 자신들이 가진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활용해 한국 기관의 경쟁력 향상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의 제너널일렉트릭(GE)등 주요 제조업체들은 최근 분사나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전담 시험인증 기관을 육성하고 있다. 시험비용 등 경영비용을 감축할 뿐 아니라 시험인증 분야 자체가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는 "안전제도를 포함한 관리·감독·감시 등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민간과 유대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특히 연구개발(R&D) 결과가 적합성평가를 통해 실질적 최종 제품화가 가능하도록 지원체계를 갖춰 나가는데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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