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언론 첫 공개 UAE 원전… "기필코 '성공신화' 써내려 갈 것"
끝도 없이 지루하게 펼쳐진 황량한 사막. 사막의 모랫바람은 하늘마저 집어삼켜 시야는 온통 뿌옇게 흐려 있다. 살아있는 것이라고는 간간이 자리를 튼 키 작은 잡목뿐. 그렇게 삭막한 '열사(熱沙)'의 대지에 한국인의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수도 아부다비 시내를 벗어나 서쪽으로 이어진 사막의 고속도로를 3시간쯤 달리자 해안가에 대규모 공사 현장이 위용을 드러냈다. 바로 우리나라가 지난 2009년 사상 최초로 해외에 수출한 원자력발전소가 건설 중인 브라카 원전 단지다.
한국형 신형원전(APR-1400) 4기가 들어설 전체 건설부지 면적은 12.5㎢. 여의도의 1.5배에 달했다. 한국 기술자 568명을 포함한 4653명의 인력과 450기의 중장비가 동원돼 기반공사가 한창인 현장에는한국전력(41,250원 ▼2,450 -5.61%),삼성물산(건설부문),현대건설(148,800원 ▼11,100 -6.94%)등 반가운 이름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둘러본 건설 현장은 한마디로 자연과의 '전쟁'이었다.
원자로가 들어설 주설비공정 본관 부지는 모래 아래에 숨어있는 단단한 지반을 찾기 위해 깊게는 20m까지 파내려가야 한다. 해안가이기 때문에 굴착과 동시에 양수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1호기의 경우 굴착 공정률이 77%로 오는 7월 1일 최초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앞두고 있다.
콘트리트 생산시설(배치 플랜트)의 경우 여름 기온이 50도까지 치솟기 때문에 얼음과 냉각수, 냉풍시설 등이 총동원된다. 공장을 풀가동할 경우 하루 520톤의 얼음이 소모된다. 원자로 4기를 건설하는 데 소요되는 콘크리트 양은 레미콘 트럭 40만대 분량. 차량을 일렬로 죽 늘어놓으면 그 거리가 5000㎞나 된다. 당장 모래 등 콘크리트 재료를 조달하는 작업부터 녹녹치 않다. 사방이 모래뿐이지만 이곳의 모래는 염도가 높고 강도가 약해 500㎞ 떨어진 라살카이마 지역에서 계속 공수해온다.
해상 건설 현장도 높은 수온 때문에 원전 냉각수 취·배수 방파제의 총 길이를 15.3㎞까지 연장해야 한다. 국내의 5배에 달하는 길이로, 육지에서는 방파제 끝을 볼 수 없다.
현장 관계자는 "앞바다 수온이 35도 이상이기 때문에 배수된 냉각수가 취수로로 순환될 경우 냉각수로써의 역할을 할 수 없다"며 "그나마 바다 멀리 나가야 찬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방파제를 길게 연장해 바다 멀리서 취수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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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의 가장 큰 적은 모래 바람. 높은 태양 복사열이 모래를 달궈 시도 때도 없이 육지에서 바다 쪽으로 강한 바람이 분다. 일단 바람이 불면 공사는 올 스톱된다. 바람에 날리는 모래 때문에 눈앞조차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사는 바람이 약한 오전 7시 30분부터 시작한다.
박종혁 한전 ENEC(UAE 원자력공사) 대응팀장은 "지난 사흘간 육상에서 바람이 불어 작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힘들었다"며 "오늘은 날씨가 모처럼 좋아 손님들에게 고생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게 됐다"고 농담을 던졌다.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열악한 여건이지만 공정율은 당초 계획을 앞서고 있다. 설계·구매·시공 등 종합 공정율은 1~2호기를 합쳐 14% 수준으로 2017년 5월 1일 1호기를 준공한 이후 약 1년 단위로 2~4호기를 순차적으로 준공할 예정이다.
박 팀장에게 그 비결을 묻자 한국을 대표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책임감'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땀과 모래가 뒤범벅돼 얼굴은 초췌했지만 목소리에 담긴 기합은 '진짜'였다.
박 팀장은 "수주했다고 끝이 아니다. 프랑스 아레바와 같은 경쟁사들이 지금도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너희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도 공기내 준공하는지 두고 보겠다는 식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 UAE에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추가 원전 수출을 이뤄낼 수 있다"며 "기필코 '성공신화'를 써내려갈 수 있도록 매순간 사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막에 흘린 그들의 땀방울이 '원전 강국' 한국이라는 꽃을 피우는 단비로 내리고 있는 것이다.
현장을 방문한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대한민국 최고, 건국 이래 최대의 수출 역사 현장에서 묵묵히 땀 흘리는 근로자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 너무 가슴이 울컥했다"며 "열악한 여건에서도 세계 최고의 '명품 원전'을 지어나가고 있는 우리 근로자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