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자원영토 탐험대 일반국민 최초 '승선'…"막무가내 비판 부끄럽다"

"직접 현장에 와서 보니 흔한 감탄사조차 못 꺼내겠어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비판했던 게 부끄러워서요. 자원개발, 우리나라의 미래를 걸고 꼭 해야 합니다. 앞으로는 늘 응원하겠습니다."
지난 21일 한국을 세계 95번째 산유국에 올려놓은 동해-1 가스전을 덮었던 침묵을 깬 '고백'의 말이다. 1명의 나지막한 고백에 나머지 6명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들의 손에는 우리 땅에서 난 원유가 담긴 유리병이 들려있었다.
울산 남동쪽 해상 58㎞에 위치한 동해-1 가스전. 지난 22일 특별한 손님 7명이 이곳을 찾았다. 대학생, 직장인 등 일반 국민으로 구성된 '대한민국 자원영토 탐험대'가 그 주인공. 지식경제부와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해외자원개발협회는 일반 국민에게 국내외 주요 자원개발 현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탐험대를 구성했다. 71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45명 중 1차 선발대가 동해-1 가스전을 찾은 것이다.
김해공항에서 헬기를 타고 40여 분을 날아가자 검푸른 바다 한복판에 우람한 철제 구조물이 모습을 나타냈다. 높이 47m, 길이 93m의 해상플랫폼은 17.5m 높이의 파고와 초속 51m의 바람, 리히터 규모 6의 지진에도 끄떡없도록 설계됐다.
헬리-도크에 내려서자 비릿한 기름 냄새와 바다내음이 함께 코끝을 자극했다. 플랫폼 상단에 설치된 플레어스택은 지금 이 순간에도 가스가 생산되고 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잔류 가스를 태우며 연신 굵은 화염을 토해내고 있었다.
밝은 미소로 탐험대를 맞이한 이재형 석유공사 해상운영팀장은 "자원개발 관계자가 아닌 일반 국민이 동해-1 가스전에 '승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중앙통제실로 자리를 옮겨 생산시설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동해-1 가스전은 하루 평균 천연가스 5000만 입방피트, 초경질유 1000배럴을 생산한다. 천연가스는 34만 가구, 초경질유는 승용차 2만 대가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가스는 직경 36㎝의 해저 강관을 통해 61㎞를 흘러 울산 해안까지 도달한다. 육상처리시설에선 이 가스에서 수분을 제거한 뒤 천연가스와 소량의 초경질유로 분리한다. 가스는 한국가스공사에 7㎞의 육상배관을 통해 판매하고, 초경질유는에쓰오일(106,500원 ▼6,600 -5.84%)에서 사간다.
독자들의 PICK!

설명을 마친 이 팀장은 정제작업을 거친 초경질유가 담긴 유리병을 탐험대원에 넘겼다. 감탄사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탐험대원 사이에는 침묵이 흘렀다. 이유를 묻자 김찬양(한국산업기술대)씨는 "사명감 하나로 바다 한 가운데서 2주를 버티는 직원들을 보고 너무 감동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조건희(텍사스 ANM대)씨도 "직접 자원개발 현장을 보니 고됨보다 더 큰 사명감을 느꼈다"며 "오늘의 감동을 잊지 않고 전공(석유공학) 공부를 열심히 해 졸업 후 우리나라의 자원 확보를 위해 현장에서 일할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한국을 산유국 대열에 올려놓은 바로 그 현장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모른다"며 "국민을 대표해 현장을 찾은 탐험대원들이 이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널리 전파해줬으면 좋겠다"고 털어놓은 이 팀장 얼굴은 햇빛을 머금은 바닷물처럼 빛나고 있었다.
동해-1 가스전의 가스·원유 생산량은 전체 소비량을 볼 때 극히 미미한 수준이지만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시추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국, 일본, 프랑스의 메이저 업체들이 1970년대 이 지역에서 수차례 시추 작업을 진행했지만 가스와 원유를 발견하는 데 실패하고 철수했다.
하지만 우리는 무모할 정도의 집념을 통해 단독 시추에 나섰고, 결국 최초 탐사가 진행된 이후 10년 만에 상업 생산 개시라는 결실을 거뒀다. 동해-1 가스전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는 현재 전 세계 24개국, 213개 광구에서 가스와 원유를 개발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지난 2007년 4.2%에 불과하던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은 지난해 말 13.7%로 수직 상승했다. 이달 초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미개발 3개 유전 개발 본계약 체결 등으로 올해 말 20%, 2020년 35%로 다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50년 이상 해외 자원 개발 역사를 지닌 일본의 자주개발률이 2004년 이후 22~24%에 머물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획기적인 발전이다.
자주개발률 20%는 급변시에도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국가 에너지 수급의 '전략적 완충지대', 35%는 사실상의 에너지 자주권의 확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에너지극빈국인 우리나라가 꿈에 그리던 '에너지독립'을 눈앞에 두게 된 셈이다.
전민영 지경부 자원개발전략과장은 "자원개발은 성공확률이 통상 10%, 높아야 30%를 넘기기 힘들지만 미래를 위해 포기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해외 메이저업체가 포기했지만 산유국의 열망을 담아 결국 독자개발에 성공한 동해-1 가스전처럼 제2, 제3의 유전을 개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