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유영숙 환경부 장관 "乙의 입장에서 체감형 정책 펼 것"

유영숙 환경부 장관은 '녹색' 옷을 즐겨 입는다. 녹색성장 정책 주관부처 수장으로서 정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표현이다. 지난 16일 과천정부청사 집무실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도 녹색 블라우스를 입고 기자를 맞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내민 것은 녹색 팸플릿. 출시 10개월만에 230만장이 판매된 그린카드의 설명서였다. 녹색 생산부터 유통, 소비로 이뤄지는 선순환을 촉진하는 그린카드의 구조를 설명하며 인터뷰에 앞서 기자에게 그린카드 발급을 권하는 그에게는 취임 1주년을 맞은 장관의 '관록'이 묻어났다.
유 장관은 '환경'과 '성장'이 서로 상충하는 것이 아닌 수레바퀴의 양 축과 같이 보완적인 관계라고 강조했다. 오는 2015년 시행을 앞둔 배출권거래제를 예로 들어, 당장 산업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긴 안목에서는 우리나라의 먹을거리를 만들고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소신을 피력했다.
환경부가 막강한 규제 권한을 앞세워 '갑(甲)'으로 군림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취임 직후부터 국민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정책을 펴고 있다며 을(乙)의 입장에서 더 소통을 통해 합리적인 의견을 검토·수용하는 길을 열어 놓겠다고 강조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유 장관을 만나 그 동안의 소회와 앞으로의 정책 추진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31일이면 취임 1주년이다.
▶시간은 화살 같이 빠르다는 말을 실감하는 1년이었다.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국민의 삶 속에 있는 정책을 펴려고 노력했다. 국민들과 접점을 이루는 현장에서 체감환경 개선을 통해 삶의 질을 개선하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환경부가 을의 입장에 서서 일하는 것을 드디어 봤다'는 칭찬을 받았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 환경부를 맡게 된 게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미래를 다루기 때문이다. 정책을 결정하는 순간마다 '후손들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까' 고민한다. 두렵기도 하지만 보람을 느낀다.
-경제위기로 녹색성장 정책의 추진력이 떨어지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와 같은 경제위기는 녹색성장의 중요한 변수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유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주요 국가들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녹색성장 정책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지난 3월 파리에서 열린 OECD 환경장관회의에서도 녹색성장이 현재의 경제 및 환경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해법'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었다. 6월 열리는 브라질 '리오+20 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에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녹색성장 정책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차기 정권에서는 '녹색성장' 정책의 우선 순위가 밀릴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2세대, 즉 60년을 내다본 중장기 비전이다. 기후변화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힘든 지구촌의 메가트렌드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녹색성장 정책은 차기 정권는 물론이고, 그 다음 정권에서도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녹색성장'이라는 명칭은 변경될 수 있겠지만 정책의 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독자들의 PICK!

-취임 이후 가장 성공한 정책은.
▶체감할 수 있는 생활공감형 환경정책을 펴기 위해 노력했다. 기억에 남는 것은 그린카드 제도. 이명박 대통령이 1호 카드 만든 이후 지금까지 230만장이 발급됐다. 카드사에서는 새 카드가 30만장 나가면 베스트셀러라 부른다고 한다. 성공요인은 국민들에게 '녹색생활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많이 퍼졌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전기와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며, 녹색제품 구매를 활성화할수록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인센티브 포인트를 모을 수 있다. 국민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는 동시에 지구를 살리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다른 나라도 관심이 많아 리오+20 정상회의에서 그린카드 정책에 대해 발표하는 별도 세션도 마련됐다.
-아쉬운 부문은 없나.
▶가습기 살균제 사건 때문에 모든 국민들이 놀랐다.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서 문제를 파악하고 관리하려고 했는데 논의가 아직 진행 중이다.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게 19대 국회에서 적극적인 협조를 구할 계획이다.
-관용차로 소나타 하이브리드를 탄다.
▶녹색성장 정책을 몸으로 실천할 필요가 있다. 하이브리드카는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데 획기적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세계 자동차시장의 패러다임이 저탄소·고연비의 그린카로 이동하고 있다. 환경부는 그린카 보급의 주무부처로서 그린카 보급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주행 중 온실가스 배출이 전혀 없는 전기차 보급에 역점을 기울이고 있다.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전기차 2500대를 보급하고 충전인프라도 전국에 최소 3000기를 구축할 예정이다.
-배출권거래제가 2015년 도입된다.
▶배출권거래제의 시행으로 녹색산업 육성, 좋은 일자리 창출,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기후변화 완화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배출권거래제 법안은 정부간 합의 및 산업계와의 소통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기권 3표를 제외하고 모두 찬성(148표)으로 통과했다.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과, 앞으로의 시행에 대한 기대감을 모두 반영한 것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배출권거래제는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됐을 때 이례적으로 영국과 호주의 장관으로부터 축하 인사도 받았다. 한국이 저탄소 경제체제로 나아가고, 국제 사회에서 녹색리더십을 발휘하는데 지렛대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확신한다.
-왜 우리가 먼저 나서느냐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9위의 온실가스 다배출국이며, 온실가스배출량 증가율은 OECD 국가 중 1위이다. 경제규모와 생활수준이 선진국 수준임을 고려할 때 그에 걸 맞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조차 2013년부터 베이징, 상하이, 텐진 등 7개 지역에서 배출권거래제(에너지 소비총량 제한)를 시범 시행하고 2015년부터 전국단위로 도입할 계획이다. 배출권거래제 시행은 이러한 국제 정책기조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 적응력을 높이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산업계와의 갈등은 다 해소됐다고 보나.
▶배출권거래제 법안의 경우 입법 과정에서 산업계와 많은 갈등과 진통이 있었다. 그러나 간담회 등을 통해 산업계 우려 사항을 파악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제도의 유연성을 강화했기 때문에 산업계의 공감대를 얻어내 법안이 통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시행령 제정 등 세부적인 제도 설계 시에도 충분한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과 '산업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방안을 제시하겠다.

―환경부가 여전히 '규제' 부처라는 인상이 강하다.
▶환경보전을 위한 규제와 개발은 상충적 관계가 아니다. 보전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의 개발, 보전을 통한 개발 잠재력 확충이라는 측면에서 바퀴의 양 축과 같다. 환경을 보전하면서 경제성장도 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고, 환경정책도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서로 생각이 다르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다면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더욱 많은 분들과의 소통을 통해 합리적인 의견을 검토·수용하는 길을 열어 놓겠다.
-정부조직개편설에 환경부도 중심에 서있다.
▶정부조직개편 효과는 두 가지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다. 부처 간 기능조정을 통해 업무의 효율을 높이는 것과, 조직개편을 통해 정부가 추구하는 가치와 이에 대한 의지를 대내외에 표방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나라보다 앞서 있는 외국의 정부조직을 살펴보면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현 정부가 제시한 '녹색성장'은 미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만큼 차기 정권의 정부조직개편 논의 시 환경의 가치가 잘 반영되는 방향으로 이루어 졌으면 하는 소망이다.
-환경공단 등 산하기관 비리 문제가 논란이 됐었다.
▶환경 가족들을 책임지고 있는 환경부의 수장으로서, 최근 환경공단 비리에 대해 국민들께 실망을 드려 송구하다. 사건 직후 환경공단을 직접 찾아 말이 아닌 가슴으로 실천하는 쇄신을 당부했다. 공단도 청렴실천 결의대회를 통해 과거의 잘못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함께 재발방지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것을 다짐했다. 환경부는 의혹이 제기돼 온 공사입찰 심의과정 전반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일련의 쇄신조치를 강력히 추진 중이다. 환경공단 등 산하기관이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기관 이미지를 재확립하고, 명실상부한 환경전문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