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부의 안이한 원유수입 중단 대응

[기자수첩]정부의 안이한 원유수입 중단 대응

송정훈 기자
2012.05.22 16:48

}"국내에 글로벌한 대형보험사가 있으면 모든 게 해결되는데, 결국 보험을 받을 만한 보험사가 없는 게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22일 이란산 원유 수입 협상을 담당하는 외교통상부 당국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정부가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는 본지 기사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 위한 전화였다.

당국자는 오는 7월부터 유럽연합(EU)의 원유 운송수단에 대한 보험 제공 중단으로 이달 말부터 원유 수입이 중단될 수 있다는 기사에 대해 속내를 털어놨다. 한국 해운회사들의 원유 운송수단 보험을 EU 외에 다른 보험사로 대체해야 하는데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원유 운송에 필요한 P&I(사고배상책임)보험은 EU의 대형 재보험사 외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은 국내 보험사나 다른 나라가 대신 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험 배상 금액이 평균 최소 1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P&I보험제공 중단을 6개월간 유예하는 방안을 EU 측에 타진하고 있다. 하지만 EU가 올 초부터 한국을 예외로 인정해 달라는 우리 정부의 간청을 수용하지 않고 있어 성사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오는 23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개최되는 'P5+1(유엔상임이사국+독일)'과 이란 간 협상에서 핵개발 중단에 대해 해결책을 찾지 못할 경우 한국도 보험제공중단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당장 이달 말부터 이란으로부터의 원유수입이 전면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이란산 원유가 국내 전체 원유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에 달한다. 원유 수입이 중단되면 국내 경제에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휘발유 값이 10% 가량 상승해 소비자들의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이란과 거래하고 있는 국내 기업도 거래중단 등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했다.

이처럼 사태가 긴박한데도 정부가 사상 초유의 원유수입 중단에 안이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원유 수입 중단을 막아야 할 정부가 보험 인수 여력이 없는 보험업계 현실만 탓해서야 되겠냐는 지적이다. 이란산 원유 수입 봉쇄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의 외교협상을 강화하는 등 근본적 대응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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