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 영유아에 대한 무상보육이 예산 부족으로 중단 위기에 처한 것이다.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길 때 돈을 지원하는 보육비는 지난해까지 소득 하위 70% 계층에게만 지원됐지만 올해부터는 모든 계층으로 확대되면서 0~2세 영유아에 대한 어린이집 이용이 급증했다.
시행 넉 달 만에 재원 부족으로 중단 위기를 맞은 것은 예고된 일이었다. 소득이나 맞벌이 여부와 상관없이 보육료를 지원할 경우 가정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들까지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 재원이 동이 날 것이란 경고는 여러 차례 나왔었다. 그러나 이런 경고를 뒤로한 채 무상보육은 강행됐다. 그 결과 어린이집 보육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맞벌이 부부 등 정작 보육 지원이 필요한 사람은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지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와 정부는 서로의 탓으로 돌리기 바쁘다. 무상보육을 놓고 정부와 국회가 대립각을 세우면서 잘잘못을 따지고 있는 사이 무상보육 재정의 절반을 부담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아우성이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서울 서초구가 가장 먼저 무상보육 재정이 바닥났다며 손을 들었다. 다른 지자체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대부분 9~10월이면 재정이 바닥날 처지다. 정책의 목적이나 재정 여건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총선을 의식해 득표 전략과 졸속 추진으로만 접근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애초 지난해 말 국회에서 전면 무상보육이 통과될 때부터 문제가 예견됐다"며 "보육정책이 가장 잘 돼 있다고 알려진 프랑스 등 유럽의 선진국들도 차등지원을 하고 있어 이번 사태는 전형적인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집에서 키우는 것보다 보육시설에 맡길 경우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한 현행 제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세까지는 가정 내 양육을, 3세부터는 어린이집 양육을 권고하고 있다.
0~2세 영유아는 부모가 돌보도록 하고, 보육료 지원도 맞벌이 부부 등 꼭 필요한 사람에게 선별지원하고 아이들이 질 높은 시설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보육지원 체계를 다시 짜야한다. 전면 무상보육 방침을 선별 지원으로 바꾸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에 문제가 있겠지만 더 늦기 전에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