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세청에 못 들어오게 막아. 엘리베이터 전원 차단하고 빨리 사람들 더 부르라고…"(국세청 방호요원)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은 야당의원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 온 겁니다. 국세청이 무슨 권리로 출입을 막고 국정감사를 하러 온 의원들까지 봉쇄한단 말입니까. 있어서는 안될 일입니다."(야당 의원)
최근 열린 국세청 국정감사는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은 '불청객' 안 국장의 출입을 막기 위해 투입된 국세청 방호요원 사이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국세청 개청 이래 벌어진 초유의 사태였다.
애초부터 의원들은 국세청 국감에 관심이 없어 보였다. 여당 의원들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만큼 참석이 저조했고 야당 의원들은 국감 시작부터 참고인 소지품을 조사한 국세청에 사과하라며 공세를 펼쳤다.
이뿐 아니다. 국감을 앞두고 벼락치기로 무성의하게 자료를 준비한 사실도 여실히 드러났다. 한 여당 의원은 당명이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변경된 지 8개월이 넘었는데도 한나라당 로고를 그대로 썼다. 내용을 살펴보니 지난해 국정감사 때 내놓은 자료에 수치만 변경해 내놓는 과정에서 당명을 수정하지 못했던 것이다.
급기야 야당의원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과 연결된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집중 추궁하겠다며 한상률 게이트 핵심인사인 안 전 국장을 깜짝 등장시켰다. 대선이 얼마 안 남은데다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라는 국민들의 감성을 자극하기 위해 안원구 카드를 꺼내든 것. 새누리당은 국세청 국감을 '국책 국감'이 아닌 '정치 국감'으로 이용하려는 모략이라고 받아치며 구태정치의 전형이라고 반발했다.
여당과 야당의 기싸움 끝에 속개한 국감은 잘잘못을 따지는데 시간을 허비했다. 안 국장과 일부 야당의원들의 출입을 봉쇄한 것과 관련해 이 청장에게 사과를 강요하고 사퇴해야 한다는 멘트만이 이어졌다. 결국 저녁 8시가 되서야 국세청 국정감사를 오는 23일 열기로 합의하고 마무리 됐다. 국감이 끝난 이후에도 야당은 청장을 국감 방해죄로 고발하고 진상위원회를 꾸려 사실 관계를 따지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국정감사는 매년 있는 1회성 행사가 아니라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점을 밝혀주고 국민에게 행정이 어떻게 시행됐고 국가의 정책이 어떻게 집행 됐는지를 알리는 과정이다. 의원들은 국민들이 본질을 벗어난 여야 간 정쟁을 궁금해 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