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송도GCF, 우리가 해냈다" 주먹 불끈 쥔 대표단

[현장]"송도GCF, 우리가 해냈다" 주먹 불끈 쥔 대표단

송도(인천)=신희은 기자
2012.10.20 14:28

"우리가 될까?"에서 1년만에 "우리도 된다!"로..."모두 한마음으로 이뤄낸 성공"

20일 오전 9시 아침안개가 옅게 낀 인천의 송도컨벤시아 빌딩 2층 회의장.

1
1

IMF(국제통화기금), WB(세계은행)와 어깨를 나란히 할 녹색기후기금(GCF)의 사무국 유치결정 투표가 있는 현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9시10분께 본격적인 2차 이사회가 시작되고 회의장 문이 굳게 닫혔다. 회의장 안에는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이 대리이사 자격으로 참여했다.

GCF 송도 유치활동을 전면에서 펼친 박재완 재정부 장관과 송영길 인천시장, 신제윤 재정부 1차관, 김성한 외교통상부 2차관, 정연만 환경부 기획조정실장, 김상협 청와대 녹색성장기획관 등 정부대표단과 한덕수 GCF 민간유치위원장(전 총리) 등 민간대표단도 2층과 3층 인근에 자리잡고 마음을 졸이며 소식을 기다렸다.

이들 민관 인사들은 전날 밤 인근 호텔에 묵고 아침 일찍 회의장에 도착했다. 박 장관과 송 시장은 GCF 유치를 기원하는 녹색 넥타이를 메고 모습을 드러냈다.

"할 수 있는 노력은 다했으니 하늘의 뜻에 맡긴다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심정"이라고 했던 박 장관은 좋은 꿈을 꿨냐는 질문에 "나중에 이야기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독일과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섣불리 입을 열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막상 2차 이사회는 시작됐지만 투표에 바로 돌입하지는 못했다. 투표과정을 상의하고 준비하는 데만 상당 시간이 흘러갔다.

오전 11시30분께 이사회장 밖에서 "됐다"는 환호소리가 들렸다. 투표는 GCF 24개 이사국이 우리나라와 독일을 비롯해 스위스, 멕시코, 폴란드, 나미비아 등 6개국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해 최저 득표국을 하나씩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는 의미였다.

이때부터 최종투표에 우리나라와 독일이 올라 경합을 벌였고 송도가 유치장소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위기가 전달됐지만 공식발표는 12시20분께까지 지연됐다.

정오를 지나 현장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GCF 2차 이사회 첫날인 지난 18일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송도를 들러 이사국들을 환영하고 지지를 표명한 데 이어 이날도 전용헬기로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 대통령이 사무국 송도유치에 성공하면 다시 방문해서 인사하겠다고 이사국들과 약속했다는 것. 경호요원들이 속속 도착하고 기자회견 자리가 당초 마련됐던 것보다 확대되면서 '송도 유치'가 기정사실화되고 있었다.

"와아" 투표가 진행된 2층 회의장의 문이 열렸고 박수소리와 함께 환호가 터져나왔다. GCF 송도 유치가 공식적으로 알려진 순간, 민관대표단은 주먹을 불끈쥐고 서로를 격려했다. 박 장관과 송 시장은 서로 축하를 건네며 손을 굳게 마주잡았다.

당초 우리나라와 독일이 초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 대통령까지 직접 나선 우리측의 막판 유치 총력전이 진가를 발휘한 것이다. 독일이 스스로 투표권을 갖고 있고 이사국 가운데 유럽국가가 9개국에 달해 우리측이 불리할 것이라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민관대표단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섰고 별도의 주문이 없었는데도 자연스럽게 어깨동무를 했다. "될 가능성이 있지만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반신반의하던 대표단의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이내 이 대통령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축하한다"며 송 시장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 대통령은 "며칠 전에 이사들에게 (송도 유치가) 되면 다시 온다고 약속해서 온 것"이라며 "각국 정상들에게 전부 전화를 해서 한국을 지지해 준 데 대해 감사말씀을 전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또 "독일과 우리가 마지막 경쟁을 한 걸로 아는데 평창올림픽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했었다"며 "메르켈 총리와 통화해서 앞으로 GCF가 발전하는 데 서로 협력하자고 할까 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GCF는 사실상 처음 우리나라에 유치한 제대로 된 국제금융기구로 초대형 글로벌 기업 하나가 우리나라에 들어온다고 생각해도 좋다"고 기뻐했다. 송 시장은 "290만 인천시민들에게 감사하다"며 "각국 이사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보니 송도에 대한 칭찬에 입이 마르지 않았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이날 송도가 GCF 유치를 거머쥘 수 있었던 이유로 민관대표단은 '천시지리인화(天時地利人和)'를 꼽았다. '하늘의 때는 땅의 이득만 같지 않고, 땅의 이득은 사람들의 인화만 못하다'는 뜻으로 여야, 정부와 민간, 시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뜻을 모아 이뤄낸 성공이라는 얘기다.

천신만고의 노력과 함께 중국의 전폭적인 지지와 개발도상국들의 지원, 이전과 달라진 우리나라의 위상 등이 유치에 주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와 독일의 경쟁이 겉으로 보기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지만 사실은 경쟁력도 충분했다는 것.

신제윤 재정부 1차관은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도움을 받아본 경험도 있고 줘보기도 했기 때문에 개도국과 선진국 양측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다리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 동아시아 지역에 기후변화 문제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점, 도대체 아시아에 국제기구 다운 국제기구가 없다는 논리에 상당한 나라들이 동조했다"고 전했다.

정부측은 12월초 카타르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8)에서 인증절차를 거쳐 송도유치가 최종 확정되면 빠른 시일 내에 아이타워에 GCF가 입주할 수 있도록 법적 여건을 물론 인프라 등을 확충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존에 발표했던 재원 이외에 추가로 재정적인 지원도 하겠다고 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뻗어나가고 성장할 지 모르는 GCF를 유치한 송도가 제대로 준비를 해서 귀한 손님을 맞겠다는 약속을 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 직후 민관 대표단과 함께 우리 정부를 지지해 준 이사국들을 만나 직접 감사인사를 건넸다.

지난해말 GCF 사무국 유치전에 우리나라도 참여한다고 공식발표한 지 1년도 안돼 송도는 IMF, WB와 어깨를 나란히 할 GCF를 품에 안았다. "우리가 될까" 했던 의심이 "우리도 된다"는 확신으로 바뀐 순간이다.

GCF는 2010년 12월 멕시코 칸쿤에서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기후 변화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키로 합의한 국제기구다. 재원은 공공, 민간재원 등을 통해 늘려 나가 2020년부터는 매년 1000억 달러 규모로 조성되며 GCF는 장기재원 중 상당 부분의 조달과 집행을 담당할 예정이다.

총 기금규모만 8000억 달러로, 규모 면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에 맞먹는다. 우리가 GCF를 유치할 경우, 우리나라의 국제적 지위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연간 경제적 효과가 38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다. 경제효과로 환산할 수 없는 국가이미지 제고 등 부수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김진형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진형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