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에 가장 쉽게 이용될 수 있는 것이 '복지'다. 하지만 쉽게 보다간 '정치'가 '복지'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
손건익 보건복지부 차관이 새 정권 출범을 앞두고 지난 27일 가진 보건복지부 기자단과의 송년회 자리에서 한 말이다. 이 짧은 한마디에는 30년 넘게 복지 분야에서 공직자 생활을 하면서 느낀 소회가 담겨있다.
기자의 귀에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선거의 최대 아젠다였던 '복지국가' 이슈를 단순한 '공약' 이상인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차원에서 신중히 다뤘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들렸다. 미래의 족쇄가 될 수도 있는 국가 재정을 투입하는 만큼 현실 정치를 뛰어넘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3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복지 예산 증액은 우려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위원회는 복지분야 예산을 정부안에서 대비 약 2조2000억 원을 증액했다. 무상보육 예산이 가장 많은 1조 원 가량, 반값등록금 예산이 5000억 원, 사회보험료 예산 1400억 원 가량 각각 늘어났다. 이 안이 최종적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내년도 복지예산 정부안(案)은 약 97조원에서 100 조원 규모로 불어나게 된다.
총지출예산 약 342조원의 '3분의 1'이 복지예산이 되는 셈이다. 무상보육·반값등록금·서민사회보험 강화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 경제 위기가 겹친 상황에서 재원(財源)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 복지 정책은 재정건전성을 훼손시켜 성장을 저해하는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하기 십상이다. 일부 선진 국가들이 과도한 복지 정책으로 경제 위기를 부채질 하고 있다는 점도 '반면교사'로 삼아야할 것이다.
박 당선인도 대선 후보 시절 이를 우려한 바 있다. 박 당선인은 "경제 위기를 맞고 있는 선진국가들을 보면 과도한 복지 혜택이 다음 세대의 복지세금으로 이어져 근로의욕을 저하하고 재정건전성을 훼손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재정건전성을 뛰어넘는 복지 포퓰리즘은 후대에 짐이 되기 때문에 세대주기별 맞춤형 복지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복지 확충이 '퍼주기 식' 복지가 아닌 생산적·효율적 배분의 복지를 이뤄 '복지 부메랑'을 막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2013년 계사년(癸巳年)이 밝았다. 31일 예결위의 결정이 복지정책에 정치가 휘둘리지 않는 계기가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