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500만 보장?" 불법다단계 빠져든 대학생 실상은...

"월 500만 보장?" 불법다단계 빠져든 대학생 실상은...

세종=우경희 기자
2013.02.13 12:00

강제합숙에 대출강요, 공정위 불법업체 60억원대 과징금.."엄중 재제할 것"

안산에 사는 정재윤(가명)씨가 군대동기로부터 처음 전화를 받은 것은 대학 졸업을 앞둔 지난 2011년 겨울이었다.

유명한 회사에 취직이 됐다며 술을 산다는 말에 서울서 그를 만난 정 씨는 깜짝 놀랐다. 지방대 출신으로 변변한 스펙도 없던 군대동기가 월급을 500만원이나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같은 직장에 취직까지 알선해준다는 말에 정 씨는 이튿날로 짐을 싸 서울로 올라왔다.

곧바로 합숙이 시작됐다. 선배들은 기상부터 취침까지 언제나 정씨를 밀착 관리했다. "제대로 교육을 받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판매원으로 등록하면 평생 고수익을 보장 받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 씨가 어느 정도 설득당한 듯하자 선배들은 "높은 직급에서 시작해야 더 빨리 간부가 된다"며 수백만원어치의 물품을 직접 구입하라고 종용했다. 돈이 없는 정 씨는 회사가 소개하는 대출 중개업자를 통해 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야 했다.

선배들은 "학자금이라고 하거나 요리를 배우는데 쓸 돈이라고 말하라"고 했다. 대출서류를 받거나 대출 전화심사를 받는 동안에도 선배들이 계속 곁에 붙어있었다. 원금 금리가 높아 이자를 갚기 어려워지자 같은 방식으로 추가 대출도 받았다.

제품은 팔리지 않고 나날이 대출만 늘어났다. 결국 합숙소 생활에 질린 정 씨가 제품 환불을 요구하자 회사는 본색을 드러냈다. 물품을 교부받는 자리에서 선배가 한번 뜯어보라는 말에 아무 생각 없이 제품을 개봉했는데 그 장면을 회사 직원이 몰래 촬영한 것. 개봉한 제품은 환불불가라는 설명이 돌아왔다.

함께 합숙하는 대학생 중에는 물품을 구입했더니 선배가 다가와 "시계는 이렇게 차는거다"라며 포장을 뜯어버린 경우도 있었다. 600만원어치 물품을 샀는데 10만원어치만 주고 "모두 들고 가면 부모님이 알 수 있으니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가져가라"는 말만 들은 대학생도 있었다.

정 씨를 포함한 대학생들은 잘못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출금을 조금이라도 갚기 위해서는 친구들을 판매원으로 끌어들여 수당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동수)가 방학기간과 개학을 전후해 대학생들에 대한 불법 다단계판매 행위에 대한 소비자 피해주의보를 발령했다. 불법행위가 적발된 업체들에 대해서는 수십억 원대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강력 제재키로 했다.

공정위는 취업과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대학생들을 유인하고 합숙소에서 공동생활을 강요하며 대출을 강요한 혐의로 이엠스코리아에 19억원, 웰빙테크에 44억5000만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불법 업체들은 3~6개월이면 월 500만원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말로 대학생들을 현혹했다. 그러나 상위 1%의 판매원만이 이정도 수익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상위 6%급 판매원이라 해도 수익이 월 40만원에 불과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아직도 대학생 등을 현혹하는 불법 다단계 판매가 근절되지 않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며 "법 위반행위 적발 시 과징금 부과, 고발조치 등 엄중하게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 다단계행위나 미등록 다단계 확인 시 공정위(www.ftc.go.kr)나 경찰서 마약지능수사과(3150-2368), 직접판매공제조합(02-566-1202) 등으로 신고하면 된다. 최대 최대 1000만원의 신고 포상금도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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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 the300 국회팀장 우경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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