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시한을 앞두고 산입범위와 인상률 못지않게 매년 노사 간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차등 적용(구분 적용)' 논의가 본격적으로 불붙는다. 이번 주 개최되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제6차 전원회의에서는 업종별 차등 적용 안건이 테이블 위에 올라 치열한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14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최저임금법 제4조 1항에는 최저임금을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적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실제로 최저임금제가 첫 시행된 1988년에는 한시적으로 차등 적용한 바 있다.
다만 저임금 업종에 대한 낙인 효과와 노동계의 거센 반발로 인해 이듬해인 1989년부터 현재까지 전 산업에 단일한 최저임금이 일률적으로 적용돼 왔다.
이후 매년 경영계를 중심으로 차등 적용 요구가 분출했으나 번번이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최임위에서도 이 문제를 두고 표결까지 가는 진통을 겪었으나 찬성 11표, 반대 15표, 무효 1표로 결국 부결됐다.
올해 역시 경총을 필두로 한 경영계가 소상공인 보전책으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반면 노동계는 "차별의 제도화"라며 절대 불가 배수의 진을 치고 있어 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경영계가 업종별 차등 적용을 요구하는 핵심 근거는 '현장의 지불 능력 차이'와 '생산성 격차'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발표한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적용의 필요성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최저임금은 일부 취약 업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는 분석이다.
실제 통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2001년 1865원에서 2025년 1만30원으로 437.8% 급등했다. 이는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77.4%)의 5.7배, 명목임금 상승률(174.7%)의 2.5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로 인해 전체 임금 노동자 중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비율인 '최저임금 미만율'은 2001년 4.3%에서 2025년 12.4%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업종 간 격차는 극단적인 수준이다. 기업의 지불 여력과 노동생산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취업자 1인당 부가가치'를 보면, 2025년 기준 숙박·음식점업은 2845만 원으로 제조업(1억6669만 원)의 17.1%, 금융·보험업(1억7561만 원)의 16.2%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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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이 낮은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다 보니, 숙박·음식점업의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무려 87.1%에 육박해 정상적인 임금 구조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경영계의 설명이다.
반면 노동계는 경영계의 이러한 주장이 데이터의 착시를 이용한 편향된 시각이며 최저임금제도의 본질을 훼손하는 처사라고 정면으로 반박한다. 노동계가 업종별 차등 적용을 강력히 반대하는 논리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저임금 업종 낙인 효과'와 이로 인한 양극화 심화다. 특정 업종에 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할 경우 해당 산업은 국가가 공인한 '구조적 저임금 업종'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된다. 이는 청년층 등 신규 우수 노동력의 유입을 원천 차단해 장기적으로 해당 산업의 경쟁력을 고사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 결국 노동시장 내 양극화와 소득 불균형을 정부가 제도로서 고착화한다는 비판이다.
'최소 생활 보장'이라는 최저임금제 고유의 취지 훼손도 문제다.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다. 차등 적용의 타깃이 되는 숙박·음식점업, 돌봄서비스업 등은 주로 고령층, 여성, 비정규직 등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노동자들이 몰려 있는 곳이다. 이들의 임금을 합법적으로 낮게 책정하는 것은 최하위 취약계층의 생존권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끝으로 '경영난 책임의 전가'다. 노동계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겪는 경영 위기의 본질이 노동자의 임금 때문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내수 부진과 과당 경쟁,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과도한 수수료 및 불공정 거래 행위, 상가 임대료와 원자재비 상승 등 대외적·구조적 요인이 핵심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가장 약한 고리인 취약계층 노동자의 임금을 깎아 경영난을 봉쇄하려는 것은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입장이다.
사실 법적 근거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지난 30여년간 단일 적용 원칙을 고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노사 간의 단순한 힘겨루기를 넘어 제도 자체를 가로막는 실무적·구조적 한계가 존재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객관적이고 정밀한 통계 인프라의 부재'다.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다르게 책정하려면 각 업종의 정확한 영업이익률, 노동생산성, 지출 비용, 소상공인의 실질 지불 능력 등을 세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정교한 정부 공인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통계청이나 한국은행 등에서 나오는 산업별 통계는 표본의 한계 등으로 인해 특정 소분류 업종이나 영세 사업장의 현실을 핀셋처럼 정밀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명확한 기준 없이 자의적으로 업종을 분리할 경우, "왜 우리 업종만 최저임금이 낮아야 하느냐"는 형평성 논란과 행정 소송 등 걷잡을 수 없는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