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엔화 약세가 또 다시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엔화 환율은 금방이라도 100엔을 넘어설 기세다. 양적완화에 따른 일본자금의 유입 가능성으로 원화의 강세압력은 높아지는 가운데 엔화는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수출가격경쟁력 약화로 수출둔화 및 경제성장률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우리 경제가 또 다른 위기의 늪으로 빠져들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필자는 조심스럽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다소 낙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첫째, 우리나라의 견조한 수출경쟁력이다. 불리한 환율 여건과 해외수요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올해 1~4월중 수출은 소폭이나마 증가세를 보였다.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시차를 고려하면 2/4분기 이후 일본과의 수출경합관계가 큰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둔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겠지만 엔/달러환율이 110엔을 훨씬 상회하던 2005~2007년 중에도 우리나라의 수출은 연평균 13.5%나 증가한 바 있다. 당시 해외경기가 좋았던 점도 있으나 과거에 비해 우리 수출제품의 비가격경쟁력이 향상되고 수출 지역 및 품목의 다변화를 위해 우리 기업들이 꾸준히 노력해 온 결과이다.
둘째, 원화환율은 아직 수출에 우호적인 수준이다. 원/엔 환율은 작년 초부터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과거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오랜기간 유지되던 1:10 수준은 물론이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800원 내외수준과 비교하면 가격경쟁력은 여전히 감내 가능한 수준이다.
다만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본격화된 지난해말 이후 단기간 동안의 가파른 환율하락으로 기업들이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셋째, 엔캐리트레이드 자금이 대규모로 국내로 유입될 지 여부가 확실치 않다는 점이다. 예상과 달리 최근 일본의 해외투자자금은 일본 주식시장의 반등으로 오히려 해외자산을 팔고 일본으로 환류되고 있다. 향후 일본자금의 유입 확대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나 아직 뚜렷한 징후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 이는 국제자본이동이 유동성뿐만 아니라 내외금리차, 환율기대, 위험선호는 물론 각국의 경제상황이나 선진국의 출구전략 시행 시기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와 같은 가파른 추세로 엔화 약세가 지속될지도 의문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수출보다 내수 비중이 커 엔저만으로 경제 활력을 이어가기 어려우며 에너지 수입증가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도 부담이다. 주변국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우리나라나 중국은 물론 일부 선진국들도 이에 가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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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G20회의에서도 아베노믹스를 장기불황에 따른 일시적인 경기회복책으로 용인하고 있어 일본이 재정건전화와 구조조정과 같은 근본적인 개혁은 뒤로한 채 엔화약세 유도만으로 주변국에 피해를 주기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
향후 엔화의 약세 전망에 대해서는 필자도 동의하지만 지금까지 수없이 우리 경제가 넘어온 파도와 같이 이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우리 경제주체들은 지나친 걱정보다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
정부는 향후 엔화 및 자금유입 추이를 봐가며 기존의 거시건전성 정책수단들을 적절히 활용해 나가되 일부 중소수출업체의 채산성 악화가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지원책을 마련해 나가야 하겠다. 또한 국제공조를 통해 선진국 양적완화 정책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국제협력체제 구축에도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 기업들도 과거의 높은 환율수준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다시금 기업체질의 강화에 노력해야 한다. 우호적인 환율에 기대어 가격경쟁력을 유지해 온 기업이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 경제가 진정으로 걱정하고 있는 것은 엔저 자체가 아니라 성장 동력의 결여와 자신감의 상실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