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묘한 정보가 인터넷메신저로 돌았다. '모 회사 8층에서 남녀 직원이 XX를 하다가 걸려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더라’ 하는 내용이었다. 물론, 'XX'는 금지된 행동이었을 터. 이 얘기는 자연스레 그날 저녁 자리에서 안주꺼리로 올라왔다. 누군가 의뭉스럽게 물었다.
“근데 XX가 뭐야?”
내숭 가득 찬 답이 오갔다. ‘대화’다, ‘흡연’이다 등등. 아마, 다들 미뤄 짐작하면서도 입 밖으로 내어 말하지 않는 단어가 답이었을 것이다. 순화시켜 말하자면 ‘관계’.
인간은 참으로 ‘관계’를 좋아하는 동물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나타내는 모든 단어에 이 단어를 붙일 수 있다. 내연관계, 부부관계, 협력관계, 적대관계 등등. 앞에 어떤 단어가 붙느냐에 따라 뒤에 붙은 ‘관계’는 은밀해지거나 건전해진다. 금지되거나 권장된다.
요즘 남녀상열지사보다 더 뜨거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관계’가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의 관계, 대기업과 계열사의 관계,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관계가 그것이다.
2일 임시국회 마지막 날 통과된 '경제 민주화' 3법은 우리 사회가 맺어주길 원하는 관계와 깨지길 원하는 관계에 대해 말한다.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소위 ‘일감 몰아주기 방지법’은 대기업과 계열사의 은밀한 거래 관계를 깨뜨리고 싶어 하는 여론을 담았다. 금융지주회사법·은행법 개정안, 소위 '금산분리 강화법'은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4% 이상 보유할 수 없는 관계로 만들었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소위 ‘프랜차이즈법’은 본사와 가맹점 사이에 공정한 관계를 강제한다. 본사가 가맹점에 무조건적으로 심야영업을 강요하거나 가맹본부의 예상 매출을 의도적으로 부풀려 사업성을 과장하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법제도가 새로 바뀔 때마다 늘 그렇듯, 한 쪽에선 '과다한 규제'라고 반발하고 다른 쪽에선 '약한 규제'라고 불만스러워 한다. 1원1표의 시장 원리로 작동되는 쪽에선 규제를 싫어하고, 1인1표의 민주 원리로 작동되는 쪽에선 규제를 당연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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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옳을까. 기준은 분명하다. 시장과 민주주의를 지속시킬 수 있는 쪽이 옳다. 그것이 인간이라는 종족이 주어진 유전자의 한계를 넘어 지금까지 번성한 원리다. 이를 위해 인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자연 환경과 사회 환경을 바꿔왔다.
심지어 인간은 시장과 민주주의를 합방시켜 새로운 경제조직을 낳았다.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은 영업 등 경제행위를 한다는 점에선 시장과 비슷하다. 그러나 목표는 민주주의와 비슷하다. 사회적기업은 사회를 위해, 협동조합은 구성원 간 협동을 위해 존재한다. 두 조직은 최근 사회가 기업에 요구하는 건전한 지배구조와 사회 책임을 태생부터 실현시켜야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와 국회는 사회적기업육성법, 협동조합기본법을 정해 두 조직의 번성을 촉진하고 있다.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 환영한다. 법 시행 후 사회적기업이 2660여 곳, 협동조합이 1460여 곳이 생겼다. 사회적기업 주간이자 협동조합 주간인 이번 주에 열리고 있는 박람회 등 각종 행사에는 대대적인 광고도 한 적 없는데 사람들이 몰려든다.
금지된 관계를 고집할 것인가, 환영 받는 관계를 맺을 것인가. 환경에 적응한 자(適者)가 살아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