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건설산업 '머리'를 키워야 할 때

[기고]건설산업 '머리'를 키워야 할 때

박기풍 국토교통부 1차관
2013.11.18 05:54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나 디스커버리 등 다큐멘터리 채널을 시청하다 보면 세계적으로 이름난 초대형 장대교량, 광폭터널, 초고층 건축물 등 고부가가치 건설 엔지니어링(Extreme Engineering)이 가끔 소개된다. 인상 깊은 건 방송에 출연한 엔지니어들이 자신의 일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자랑스럽게 인터뷰를 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지난해 해외 건설시장에서 650억달러를 수주해 세계 6대 건설 강국에 올라서고 오는 2017년에는 세계 5위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건설 산업을 로우테크(Low-Tech)에 기반을 둔 3D 업종으로 여기는 풍토가 여전하다.

우리 건설사들은 세계 최고층 빌딩 버즈 두바이를 비롯한 세계적 랜드마크를 건설하고 중동에서 수십억달러 규모의 대형 플랜트 건설을 수주하는 등 눈부신 외형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럼에도 세계 50대 건설 엔지니어링 회사 중 한국 회사는 단 1개뿐이다. 우리 손으로 건설한 버즈 두바이도 미국 건설 엔지니어링 회사의 설계에 따른 것이다.

한국은 단순히 도급 위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다보니 건설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성과는 매우 미흡하다. 실제로 국내 건설기업들의 공사 부문 국제시장 점유율은 8.1%에 달하지만 건설 엔지니어링 부문 점유율은 1.4%에 불과하다. 특정 분야에만 집중하다보니 균형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건설' 하면 보통 건물을 짓고 다리를 놓는 식의 공사현장을 연상한다. 그러나 공사 전의 현장조사, 디자인·설계, 감리·사업관리 등 엔지니어링 분야는 건설 산업을 구성하는 두 개의 축 가운데 하나다.

건설 엔지니어링은 설계, 디자인, 에너지, 환경, IT, 공사 관리, 시공법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력과 축적된 노하우가 필요하다. 건설 산업의 '머리'격인 셈이다. 특히 건설 산업의 고부가가치 창출을 가능하게 하는 분야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건설 엔지니어링 역량 부족은 단순 도급공사에 편중된 구조적 문제와 저마진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국토교통부는 건설 엔지니어링에 건설 산업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인식 하에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먼저 건설 엔지니어링의 모법인 '건설기술관리법'을 '건설기술진흥법' 체계로 개편했다. 업역과 실적을 통합관리 할 수 있는 건설 엔지니어링 통합 시스템 구축, 건설기술공사 입찰방식 다양화, 건설 엔지니어링 하도급 양성화를 통한 대·중소기업 공생발전 기틀 마련 등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건설기술진흥기본계획', '해외건설·플랜트 수주 선진화 방안' 등을 통해 EPC(설계·건설 일괄 수주; Engineering Procurement & Construction) 분야로 수주 영역 확대 지원 등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건설 엔지니어링과 공간정보 등 유망 ICT 산업 간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건설 엔지니어링 선진화는 건설 산업의 기술 경쟁력 향상, 해외건설 진출 내실화와 직결된다. 이는 곧 건설 산업의 부가가치 확대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

해외 다큐멘터리 속 엔지니어들처럼 우리나라 건설 엔지니어들도 선망의 대상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설 산업이 로우테크(Low-Tech)가 아닌 하이테크(High-Tech) 기반의 지식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업계와 학계, 연구계, 정부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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