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시간선택제, '저질의 일자리' 안되려면…

[기자수첩]시간선택제, '저질의 일자리' 안되려면…

정진우 기자
2013.11.19 16:56

19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고용노동부 기자실. 방하남 고용부 장관이 비장한 얼굴로 기자들과 둘러 앉았다. 방 장관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평소 분초로 나눠 일정을 소화할 정도로 바쁜 그는 한시간 가까이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양질의 일자리"라고 설명했다. 최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시간선택제 일자리'에 대한 노동계 일각의 무차별 비판에 대해선 불편한 심기도 드러냈다.

방 장관은 특히 4일전인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열린 한 조찬 세미나에서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이 작심하고 발언한 내용을 의식한 표정이었다. 김 위원장은 당시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국민들에게 환상을 심어주는 일자리가 돼선 안된다"며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가 아닌데, 당정에서 처음부터 너무 좋은 일자리로 출발시키려고 하고 있다. 그러면 나중에 현장에서 괴리감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10년 전 참여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을 지낸 방 장관의 '장관' 선배다. 방 장관은 선배의 지적에 무척 당황했을 것이다. 평소 사석에서 고용·노동 정책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눌 정도로 친분이 있는 탓에 서운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노동계 일각의 시각도 김 위원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끊임없이 만나 설득해야 한다. 이날 기자들에게 한시간 가까이 자세히 설명한 것처럼 말이다. 양대 노총을 비롯해 노동계 관계자들을 수시로 만나 "일자리 확대에 힘을 모으자"고 대화에 나서야한다는 얘기다.

더 중요한건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5년용 정책이 돼선 안된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철학이 '고용률 70%'이기 때문에 이번 정권에서 반짝 고용률을 올린다는 생각으로 근시안적으로 접근해선 곤란하다.

시계를 3년전으로 돌려보자. 이명박 정부 후반기 핵심 정책이었던 '열린고용'은 지금 어떤가. 스펙초월이란 이름으로 바뀌긴 했지만, 고졸채용 분위기는 이번 정권 들어 사그라든 분위기다. 기업들의 무게중심도 고졸채용에서 시간선택제 채용으로 빠르게 옮겨갔다. 일선 특성화고에선 "정권이 바뀌니 고졸채용 문화가 사라진것 아니냐"란 자조섞인 비판도 나온다.

선진국처럼 경력단절 여성과 베이비부머들의 경제활동을 늘려 고용률을 끌어올린다는 발상은 좋다. 시간선택제를 통해 장시간근로에 가로막힌 기존 고용구조를 깨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그러나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이번 정권에서만 빛을 내는 시한부 일자리가 되는 순간, '양질'이 아닌 '저질의 일자리'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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