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8일 발표한 지난해 재무제표상 중앙정부 부채는 1117조3000억원이다. 2012년엔 902조1000억원이었다. 1년새 부채가 무려 215조2000억원이나 늘어났다. 여기엔 착시가 있다. 정부가 연금 충당부채의 산정기준을 바꾼 것. 바뀐 기준을 적용하면 2012년 부채는 1042조3000억원이다. 실제 부채 증가 규모는 75조원 정도다.
연금 충당부채는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 가입자가 퇴직 후 받게 될 연금 금액과 현재 연금을 받고 있는 퇴직자들에게 앞으로 더 지급해야 할 금액을 합쳐 현재가치로 환산한 것이다. 언젠가 줄 돈이지만 당장 줘야 할 돈은 아니다. 갚을 날이 정해진 국공채나 차입금과는 성격이 다르다. 지급규모도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2012회계연도까지 '누적급여채무(ABO)' 평가방식으로 연금충당부채를 계산했다. 현재 보수수준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한다고 가정해 미래 지급액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으로 집계된 2012년 기준 연금충당부채는 436조9000억원이다.
하지만 2013회계연도부터는 앞으로의 보수 상승분을 반영해 퇴직 예상시기 때의 보수를 기준으로 지급액을 산출하는 '예측급여채무(PBO)' 평가방식으로 바꿨다. 2012년 연금충당부채를 PBO 방식으로 다시 계산하면 577조1000억원이다.
정부는 부채의 성격이나 대외신인도 등을 감안할 때 이 연금 충당부채를 나랏빚으로 따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연금충당부채는 사실상 '나랏빚 1000조원 시대'의 지렛대다. 재무제표상 중앙정부 부채 1117조3000억원 중 절반을 차지한다. 정부가 순수 나랏빚으로 분류하는 D1(중앙정부+지방정부 부채) 잠정 금액이 482조6000억원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정부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연금충당부채는 연금 조성액이 지급액보다 부족할 경우 정부 일반 재원에서 지원된다. 지난해의 경우 9조5000억원의 지급액 중 공무원 기여금 및 정부 부담금으로 7조5000억원을 우선 충당하고 나머지 부족분 2조원을 정부의 일반 재원으로 지원했다. 올해도 2조4000억원의 예산을 미리 빼 놨다. 국민 세금으로 부담하고 있다는 의미다. 나랏빚 계산에서 무작정 빼기도 어렵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 연금충당부채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새 기준을 적용한 연금충당부채 규모는 2011년 560조4000억원, 2012년 577조1000억원, 지난해 596조3000억원으로 매년 늘어났다. 재직 공무원과 군인이 2012년 124만명에서 지난해 125만명으로 늘어난 덕이다. 연금수급자도 43만명에서 45만명으로 늘었다. 공무원 퇴직률이 줄고 근속연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부채도 앞으로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나랏빚이 계속해서 늘어난다는 의미다. 정부가 걱정하는 대외신인도도 계속 악화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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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정부의 고민은 연금제도 개혁과 맞닿는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국민연금에 비해 아직도 지급액이 크고 지금은 이 부족분을 세금으로 메워주는 상황이다. 연금 개혁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정부는 연내 사학연금을 포함한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을 더 내고 덜 받는 식으로 재편한다는 방침이다.
김상규 기획재정부 재정업무관리관(차관보)은 "이미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3대 직역(공무원·군인·사학연금)에 대한 개혁방안이 담겨 있다"며 "제도가 개선되면 연금지급액이 줄어들고 연금충당부채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