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30대그룹 투자·고용계획 공개안한다

[단독]30대그룹 투자·고용계획 공개안한다

세종=정진우 기자
2014.06.09 06:11

매년 간담회 통해 기업들 경영계획 발표한 정부, 기업들 요청에 비공개 방침

(서울=뉴스1)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30대 그룹 사장단 조찬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2014.6.4 머니투데이/뉴스1
(서울=뉴스1)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30대 그룹 사장단 조찬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2014.6.4 머니투데이/뉴스1

정부가 삼성 현대자동차 등 국내 30대 그룹의 투자·고용계획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8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해마다 정부는 상·하반기 한차례씩 '30대 그룹 사장단 간담회'를 열고 발표해 왔지만 기업들의 의사를 받아들여 더이상 밝히지 않을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업들이 그동안 글로벌 경쟁시대에 외부에 경영계획을 공개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많았다"며 "장관과 기업인들간의 간담회는 계속 유지하되 민감한 사항인 투자와 고용계획에 대한 발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열린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30대 그룹 사장단 간담회에서도 개별 기업의 투자·고용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정부는 당초 이날 간담회에서 30대 그룹의 경영계획을 발표하기 위해 2개월 전부터 기업들에게 투자·고용계획을 요청했지만 기업들은 이를 거부했다.

현 부총리도 이날 회의에서 "어려운 경제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선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확대돼야 한다"며 "기업들은 계획된 투자를 조기에 집행하는 한편 새로운 투자를 더욱 확대하고 필요한 인력도 신속히 채용하는 등 본연의 활동에 더욱 매진해 달라"고 당부했을뿐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지 않았다. 올해 1월14일 윤상직 산업부 장관 주재 간담회에서도 이들 기업은 투자·고용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기업들이 이처럼 투자·고용계획을 공개하지 않는 건 경영환경이 예전보다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다. 각 기업마다 연초에 목표를 세워도 글로벌 투자 환경 변화에 따라 목표달성이 어려울 경우가 많은데 언론 등 외부에서 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는 것. 기업활동을 하다보면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는데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줄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는 불만이다.

또 기업마다 투자계획이 공개될 경우 서로 비교대상이 돼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많다. 10대 그룹에 속하는 기업이 20대 그룹에 속하는 기업보다 투자나 고용수준이 낮을 경우 "기업규모는 더 큰데 왜 투자를 안하냐"는 외부의 질타를 받는단 얘기다.

병석에 있는 이건희삼성전자(220,500원 ▼1,500 -0.68%)회장을 비롯해 일부 기업 총수들이 경영 일선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투자와 고용계획을 쉽게 세울 수 없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30대 그룹의 투자·고용 계획은 우리나라 경기전망의 중요한 지표가 됐고, 다른 기업들에겐 경영계획 수립시 참고서 역할을 했다. 특히 2~3차 협력업체들은 이들 기업의 상황을 보고 납품계획 및 회사운영 방향을 정했다.

정부도 이를 토대로 각 기업들의 투자·고용 현황을 챙기며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기업들을 채근했다. 30대 그룹이 지난해 155조 투자와 14만명 고용이란 계획을 밝혔을때도, 정부는 반기별로 이행계획을 체크하며 투자와 고용을 계획대로 이행하라고 압박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몇년전까진 정부가 요청하기 전에 기업들이 앞다퉈 투자와 고용계획을 발표했지만, 지금은 정부가 계획을 물어도 답이 없거나, 거부하는 기업들이 많다"며 "그만큼 우리 경제가 기업 중심으로 많이 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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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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