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28년 떠돌던 방폐물 보금자리 경주방폐장 가보니

속보 [르포]28년 떠돌던 방폐물 보금자리 경주방폐장 가보니

세종=우경희 기자
2014.07.13 11:34

19년 논쟁 끝 2005년 경주 선정, 9년만에 준공...혐오시설 남느냐 친환경 상징물 되느냐 기로

방폐장 전경/사진=원자력환경공단
방폐장 전경/사진=원자력환경공단

경주 대왕암은 잘 알려진대로 문무대왕의 수중릉이다. 아름다운 한 쌍의 석탑으로 유명한 감은사 터도 지척이다. 대왕암 맞은편엔 백사장과 소나무숲이 어우러진 해수욕장이 경주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그 해수욕장 너머에 '월성원자력환경관리센터'가 완공됐다. 바로 경주방폐장이다.

취재진이 찾은 11일에도 해수욕장에는 많은 경주시민들이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지하수 누출 등 말이 많았지만 방폐장을 지척에 둔 해수욕장을 찾은 주민들에게서는 불안감은 읽히지 않았다. 경주시민 남모씨는 "방폐장 논란이 있었던 것은 알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바닷물을 끌어 쓰는 시설이 아닌 것을 알고 있어 주민들의 불안감이 크지는 않다"고 말했다.

삼엄한 출입관리를 제외하면 방폐장은 마치 산기슭 공원을 방불케 했다. 총액 1조5657억원(건설비용은 약 5000억원)을 들인 1단계 사업이 대부분 지하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경주방폐장 1단계 사업은 동굴처분식으로 건설됐다. 23층 아파트 6동 규모 사일로를 지하에 건설해 중저준위 폐기물을 보관하게 돼 있다.

아래서 올려다본 사일로/사진=원자력환경공단
아래서 올려다본 사일로/사진=원자력환경공단

중저준위 폐기물은 방사능을 활용하는 연구소 내지는 원전 등에서 사용되고 나오는 옷가지, 실험도구, 보관용기 등 방사능을 직접 발산하지는 않지만 방사능에 오염된 폐기물들이다. 이를 드럼통으로 밀봉해 방폐장으로 옮겨오는데, 방폐장에서는 7단계 검사(3단계 전수검사, 4단계 표본검사)를 실시한 후 방폐장 보관을 최종 결정한다.

현재 방폐장엔 약 4000드럼의 폐기물이 검사단계를 거치고 있다. 각 검사 단계 별로 한 시간에 1.5드럼 정도를 소화하는 꼼꼼한 검사가 이뤄진다. 최근엔 일부 드럼용기에서 불량이 확인돼 원전으로 되돌려보내기도 했다. 검사가 완료되면 시멘트 상자인 처분용기에 9~16드럼씩 담아 사일로로 이동, 영구 보관한다.

처분용기의 이동경로를 따라 기자단이 이동했다. 동굴 입구에서 지하 사일로로 들어서기까지 터널의 길이만 1950m. 최대 지하 130m 깊이 사일로는 60~40cm 두께 철근콘크리트 벽으로 지어졌다. 리히터 6.5 규모의 지진파를 직접 견딜 수 있는 두께다. 동일본대지진의 쓰나미를 교훈삼아 동굴 입구는 수면에서 30m 이상 높이로 지었다. 당시 쓰나미 최고 높이는 16m였다.

사일로 내부. 앞의 크레인을 타고 처분용기가 바닥부터 보관된다. 현재는 비어 있는 상태/사진=머니투데이DB
사일로 내부. 앞의 크레인을 타고 처분용기가 바닥부터 보관된다. 현재는 비어 있는 상태/사진=머니투데이DB

사일로는 복도를 사이에 두고 양쪽에서 마주보는 형태로 3쌍, 총 6동으로 이뤄져 있다. 각 사일로는 높은 돔 아래로 깊은 보관장소를 두고 있었다. 공사는 끝났지만 아직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 폐기물을 보관하지는 않고 있었다. 방폐장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이르면 9~10월께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하에서 위용을 뽐내는 방폐장이지만 완공까지는 그야말로 고난의 행군이었다. 2005년 경주가 방폐장 부지로 최종 선정되기까지만 19년이 걸렸다. 이후에도 주민반대와 공기연장 등으로 수 없은 질곡을 겪었다. 김용식 공단 홍보실장은 "19년 간 몰매를 맞으며 떠돌아다니던 방사선폐기물이 경주시민들의 결단으로 드디어 쉴 곳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사일로로 연결되는 터널 내부/사진=머니투데이DB
사일로로 연결되는 터널 내부/사진=머니투데이DB

우여곡절 끝에 시설은 완공됐지만 이제부터가 문제다. 경주방폐장은 혐오시설로 남느냐, 원자력과 국민들 간 심리적 간극을 줄일 수 있는 환경친화적 상징물이 되느냐의 기로에 섰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는 낙제점이다. 공단이 '미래에너지과학관'으로 꾸미겠다고 밝힌 환경친화단지는 지금 회의장 건물만 덩그러니 들어섰을 뿐 잡초밭이나 다름없다. 추가로 예산이 투입되지 못한 탓이다.

이종인 공단 이사장은 "처분장은 위해시설이 아닌 문화시설이 돼야 하며 자연과 주민이 어울릴 수 있어야 한다"며 "처분장 건설, 운영과 상생을 공단의 임무로 여기고 지역과 국민이 이해하고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물 인근은 잡초밭, 앞은 휑한 주차장 부지다. 미래에너지과학관 건설을 위한 추가 투자가 꼭 필요한 상황이다/사진=머니투데이DB
건물 인근은 잡초밭, 앞은 휑한 주차장 부지다. 미래에너지과학관 건설을 위한 추가 투자가 꼭 필요한 상황이다/사진=머니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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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 the300 국회팀장 우경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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