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공무원연금 개혁안 발표, 세종시 공무원들 난감

며칠 전 전국에 한바탕 비가 내린 뒤 하늘은 더욱 높고 푸르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중심, 행정 1번지 세종시에는 먹구름이 가득하다. 이른 저녁이면 청사 주변 호프집에는 공무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맥주 한 잔을 기울인다. 최근 이들의 안주거리는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이다. 연금 개혁안의 충격은 세종시에도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정책 집행자 입장에…말은 못하고 속으로 '끙끙'
지난 21일 새누리당과 한국연금학회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발표한 뒤 전국이 들썩였다. 22일에 예정됐던 공무원연금 개혁안 정책토론회는 공무원노조의 저지로 무산된 바 있다. 공직사회의 이 같은 분노는 중앙정부부처들이 집중돼 있는 세종시에서도 조금씩 감지됐다. 물론 이들은 국가 운영의 주체인 중앙부처 공무원이라는 입장에 일부 노조와 같은 격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올해로 공직생활 13년차라는 4급 공무원 A씨(41)는 "관피아 논란부터 해서 연일 공무원 때리기가 이어져 이제는 연금까지 왔다"며 "연금개혁이 마치 악을 처단하는 것처럼 그려져 솔직히 불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고 최근의 심경을 밝혔다.
사무관 B씨(33) 역시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B씨는 "비슷한 나이의 친구들과 월급을 비교해 보면 한숨만 나오는 상태"라며 "공무원을 선택할 때 연금이 큰 영향을 미쳤는데 이렇게 불합리한 개혁안이 나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답답한 마음을 드러내면서도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A씨는 "실질적으로 국가 정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왈가왈부하기 조심스러운 것이 현실"이라며 "일부 친한 동료들끼리만 이야기를 나눠 답답함을 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필요성 일부 '공감'…다양한 아이디어 논의 활발
일부 공무원들은 연금개혁안에 대해 스스럼없이 토론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연간 2조원에 이르는 적자를 안고 있는 공무원연금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현재 발표된 안은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고위 공무원 C씨(54)는 이미 은퇴한 공무원도 연금개혁의 고통을 함께 분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C씨는 "이번 개혁안은 현재 공직생활에 있는 사람, 앞으로 공직생활을 해나가야 할 사람이 피해를 본다"며 "은퇴한 사람은 연금 피해가 없고 현직에 있는 사람들만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는 불공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C씨는 "일찍 들어오고 늦게 들어오는 차이로 연금 부담이 엇갈린다면 현직 공무원들의 사기는 더 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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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피크제'를 연금에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공무원 D씨(38)는 "나이가 들어갈 수록 돈이 들어가는 곳은 적어지는 것처럼 연금도 일정 시간부터 줄어들면 절약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단순히 연금을 많이 깎아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상인들도 이번 개혁안에 우려를 드러냈다. 세종시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근방에서 장사를 했다는 상인 김모씨(54)는 "그동안 공무원들을 상대로 장사를 해왔는데 공무원 돈 줄을 죈다고 생각하니 덩달아 수입이 줄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체가 없는 전국의 지자체는 공무원과 이들을 바라보고 장사를 하는 상인들이 지역 경제를 형성하고 있다. 공무원의 지출 감소는 결국 지역 경제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