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제도 개선]③87년 자산 4000억→93년 30대기업→02년 2조원→08년 5조원→16년 10조원

정부의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제도는 우리나라 경제성장과 궤를 같이 한다. 경제규모가 커질때마다 기준을 올리는 등 경제여건에 맞춰 바꿨기 때문이다.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는 1987년 전두환 정부때 도입됐다. 대기업들의 땅짚고 헤엄치기식 몸집 불리기를 막기 위해서다. 1987년 당시 제도가 도입됐을 때 기준은 자산 총액 4000억원 이상이었다. 기업집단은 삼성 등 32개가 해당됐다. 이후 5년간 기업 수가 빠르게 늘었다. 1988년 40개로 증가한 기업 수는 1989년 43개, 1990년 53개, 1991년 61개, 1992년 78개 등으로 5년새 2배 이상 증가했다.
기업 수가 크게 늘자 1993년부턴 자산순위 기준 30대 기업집단으로 기준을 바꿨다. 자산 기준으로 1~30위까지만 규제를 받도록 한 것이다. 이러다보니 기업들의 자산 규모가 커지는 것을 제도에 반영하지 못했다. 30개 대기업만 관리하다보니, 31~40위권 기업 등 몸집을 키운 기업들의 불공정행위가 심했다. 특히 이 시기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등 기업들의 자산 규모가 급격히 커진 시기였다.
결국 9년 후인 2002년 자산총액 2조원 이상으로 기준을 변경했다. 기업집단 수는 43개로 늘었다. 마찬가지로 해가 지날수록 기업들의 규모는 커졌고, 자산 2조원 넘는 대기업 수는 6년만인 2008년에 79개로 껑충 뛰었다.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수만 1680개로 2002년보다 1000개 가까이 늘었다.
2008년은 대기업 CEO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해였다. 기업 프렌들리 정책 기조를 바탕으로 기준을 상향했다. 기존 기준인 2조원의 2.5배인 5조원으로 올렸다. 2009년 조사 때 대기업집단 수는 48개로 다시 줄었다. 기업들은 당시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잘 극복하고 자산을 계속 늘렸다. 자산이 5조원 넘는 대기업은 2010년 53개, 2011년 55개, 2012년 63개, 2013년 62개, 2014년 63개, 2015년 61개, 2016년 65개로 다시 60개 수준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더이상 5조원이 현실에 맞지 않다는 판단 하에 기준을 10조로 바꾼 것이다. 공정위는 앞으로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에 대한 논란이 나오기 전에 3년마다 선제적으로 조정할 방침이다. 기준 변경에 따른 규제 대상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정부 관계자는 "경제여건 변화 등을 적기에 반영해 정부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기업들의 예측 가능성도 높일 계획"이라며 "3년을 주기로 지정기준을 무조건 상향하진 않겠지만, 재검토를 의무화해 올릴 필요성이 있으면 범부처 협의를 통해 기준을 상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