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잃은 인재들 창업 러시…벤처 생태계 밀알된 '노키아의 몰락'

직장잃은 인재들 창업 러시…벤처 생태계 밀알된 '노키아의 몰락'

김경환 기자
2016.07.04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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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시프트 시대]'노키아' 무너진 핀란드의 교훈…中뛰어넘은 아일랜드, 혁신의 메카 스웨덴

[편집자주]  인공지능(AI), 로봇 등 신기술은 인류 삶과 사회 시스템의 질을 한단계 발전시키는 제4차 산업혁명의 기폭제 역할을 해왔지만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를 넘어선 공포도 존재한다. 그러므로 이런 또다른 '산업혁명'의 시대에 미래사회에 대비한 사회경제시스템에 대한 모색은 필요하다. 이들 신기술을 잘 활용하면 인구절벽이 가시화되고 고령화와 함께 저상장 늪에 빠진 한국엔 '벼락 같은 모멘텀'이 될 지 모른다. 머니투데이는 신기술이 가져올 미래 일자리의 변화를 짚어봤다.

'커넥팅 피플'(Connecting People)을 모토로 전세계 휴대폰 시장을 휩쓸던 노키아. 노키아는 1999년부터 2010년까지 휴대폰 시장 부동의 1위를 차지하며 핀란드 경제의 상징으로 부상했다. 2000년대 초반 노키아의 연간 매출은 핀란드 GDP(국내총생산)의 20~25%에 달했고, 순이익과 수출액은 각각 GDP의 4%, 20%에 달할 정도였다.

당시 전문가들은 대기업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핀란드 경제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핀란드는 노키아의 과실에 탐닉해 구조개혁을 미뤘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자 경고는 현실이 돼 노키아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핀란드는 노키아의 몰락에 대혼란에 빠졌다. 핀란드 경제는 2012~2014년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실업률은 10%대로 치솟았다.

하지만 핀란드는 역설적이게도 노키아의 몰락을 계기로 새로운 기반을 마련했다. 무너진 노키아가 스타트업의 밀알이 되면서 벤처 생태계가 조성되기 시작한 것. 노키아를 떠난 우수한 인력들은 핀란드 정부의 실업 급여를 바탕으로 스타트업 창업에 나섰다. 노키아도 2011년부터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 퇴직인력에 1인당 2만5000유로의 지원금을 제공했다. 노키아의 양질의 인력과 과감한 투자가 접목되면서 모바일 게임 '클래시오브클랜'으로 잘 알려진 슈퍼셀과 같은 성공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경제구조로만 보면 노키아 몰락 전보다 현재가 더 낫다는 평가가 나온다.

핀란드 정부도 기술혁신투자청(TEKES)을 통해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20%의 낮은 법인세율을 적용하는 등 창업 유도에 나섰다. 지난해 스타트업 창업에 들어간 정부 지원금은 1억4000만 유로에 달한다. 투자청은 창업한지 2년 이내 스타트업에 창업과 기술개발비용의 절반 가까이를 지원했다. 핀란드 정부는 최근 정부 보유 기업 지분을 매각해 스타트업 R&D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핀란드는 지난해 0.5% 성장하며 반전 계기를 마련했다.

핀란드 사례는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경제는 조선·해운·석유화학·철강·건설 등 취약업종 대기업의 부진으로 저성장과 장기 불황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창조 경제를 주창하며 벤처 생태계 등 기술 혁신 분위기 조성에 전력하지만 전체적 구조 전환에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반면 노키아의 아픔을 겪은 핀란드, 현대중공업에 선박건조크레인을 1달러에 매각한 '말뫼의 눈물'을 경험한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은 대기업 위주 경제를 벤처와 기술 혁신을 중심으로 하는 생태계로 전환했다. 곳곳에 만들어진 혁신 클러스터, 인큐베이터 등 벤처와 스타트업을 장려하는 창의적 분위기가 가득하다. 특히 효율적 창업 지원 시스템인 엑셀러레이터는 스타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아일랜드와 스웨덴은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유럽을 강타한 금융위기 여파에서 벗어나 최근 높은 성장률을 구가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2.6%에 그칠 때 아일랜드와 스웨덴은 각각 7.8%, 3.8%를 기록했다. 아일랜드의 성장률은 중국(6.9%)보다도 높았다. 특히 아일랜드와 스웨덴은 '브렉시트' 논란 속에서 스타트업의 허브이자 테스트베드, 핀테크 중심지인 영국 런던을 대체할 투자처로 각광을 받고 있다.

◇中 넘어선 '켈틱 타이거' 아일랜드=지난 2003년 더블린 시내 중심가에 눈부신 경제성장을 자축하며 거대한 첨탑 '더블린 스파이어'를 세운 아일랜드. 하지만 취약한 금융 부문의 영향으로 지난 2008년 전세계를 강타한 금융 위기에 휘청거리며 국가 부도 위기에 빠졌다. 아일랜드는 675억 유로의 구제 금융을 받는 등 체면을 구겼지만, 특유의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빠르게 위기 극복에 성공했다.

아일랜드는 쌍두마차인 아일랜드개발청(IDA)과 엔터프라이즈 아일랜드(EI)가 이끄는 정부 주도 혁신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아일랜드는 IDA의 해외 투자 유치, EI의 창업지원 등 벤처 생태계 조성에 힘입어 돌파구를 마련했다.

정부 주도로 주력 산업과 유망 분야를 가려냈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고부가가치 산업 및 서비스 분야에 집중하는 정책 로드맵을 짰다. IDA와 EI를 중심으로 부처 간 기업 지원 협업 체계도 강화했다. 소프트웨어 인력에 강점을 갖고 있던 아일랜드는 이를 바탕으로 사물인터넷(IoT), 인터넷태생산업,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핀테크 등 신 산업 분야를 집중 육성했다.

또 EI를 중심으로 대학중심의 벤처 육성 시스템을 효율화하고, 민간과 협력을 통해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정부·기업·대학이 연계한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은 아이디어의 사업화에 매우 효과적이란 평가다. 커런시페어나 릴랙스페이먼트 등 핀테크에 특화한 성공한 스타트업도 나오고 있다.

12.5%에 불과한 법인세 역시 해외투자유치를 이끌어낸 일등 공신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화이자 등 글로벌 기업의 유럽 본사가 대부분 아일랜드에 위치할 정도다. 글로벌기업이 모이자 자연적으로 클러스터, R&D허브가 구축됐고, 고용도 활기를 뗬다. 아일랜드 정부는 이에 더해 자국에서 수행된 연구·개발(R&D)에 창출된 특허와 소프트웨어 등 지식재산권에서 얻어진 소득에 대해 법인세를 절반인 6.25%까지 추가로 깎아주는 등 혁신을 장려하고 나섰다.

◇스웨덴 혁신의 시발점 '시스타'=스웨덴은 1990년대 후반부터 벤처인과 연구자들이 모여 연구하고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는 혁신 클러스터를 곳곳에 마련, 창의적 인재 육성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특히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북서쪽으로 17㎞ 떨어져 있는 시스타 사이언스파크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이은 세계 2위의 정보기술단지이자 무선통신기술의 메카로 꼽힌다. 시스타에는 수 만 명의 연구원과 인근 스톡홀름대·스웨덴왕립공대의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기술 개발에 전념한다. 대학생들의 아이디어와 기업들의 자본력이 결합하는 방식의 산학 협력이 그 어느곳 보다 활발하다. 블루투스(근거리무선통신)와 LTE(4세대 이동통신) 등 통신 관련 주요 원천 기술들이 이 곳에서 탄생했다.

시스타의 사이언스파크에는 에릭슨, 노키아, MS, IBM, 인텔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모여 있다. 우수한 개발 환경이 갖춰지고 인재들이 모이자 초빙하지 않아도 글로벌 기업 스스로 둥지를 튼 것. 이들의 시너지 효과로 만들어지는 경제 규모는 매년 스웨덴 GDP의 20%를 차지한다. 2007년 4700여개였던 입주기업은 1만개를 넘어서며 혁신의 메카로 자리매김했다. 스웨덴은 '말뫼의 눈물'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조업 비중을 줄이는 대신 지식 산업 비중을 높여 경제구조를 성공적으로 전환했고, 부침이 없는 강한 경제 구조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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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 경제부장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입니다. 치우치지 않고 사안을 합리적이고 균형적으로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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