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 랜딩]눈치 살피다 브렉시트 핑계로 성장률 하향조정했나

기재부가 결국 성장률 3%를 포기했다. 6월28일 발표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기재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을 기존의 3.1%에서 2.8%로 하향조정했다.
그런데 의아한 것은 기재부의 보도자료상에는 재정·통화 등 확장적 거시정책 효과에 힘입어 2015년보다 성장률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을 뿐 기존의 3% 전망을 포기하고 성장률을 하향조정한 이유가 나타나 있지 않다는 점이다.
불과 6개월 전만에도 기획재정부는 2016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체감 중시의 거시 정책과 내수 중심 성장으로 3% 성장을 달성하겠다"라는 정책 모토를 당당하게 제시했다.
하지만 LG경제연구원 등 민간연구소는 이보다 훨씬 앞서 지난해 10월부터 2% 성장률을 전망했다. 올해 들어서도 저유가와 교역 침체가 지속되자 HSBC와 모건스탠리와 같은 해외 투자은행(IB)들은 국내경제 성장률을 무려 2.2%까지 낮춰 잡았다.
급기야 가장 비중있는 전망기관인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4월에 국내 성장률을 기존의 3.1%에서 2.7%로 대폭 하향조정했다. 이때 IMF는 글로벌 금융불안 증가, 자산가격과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이 세계경제의 회복세를 약화시키고 있고, 한국의 경우 중국의 수요가 둔화되고 있는 점을 하향조정의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유일호 경제부총리만은 올해 3%성장 달성이 가능하다고 기존 전망을 고수했다. 연초 발표한 경기 보완책 이후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위축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라며 이런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주요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며, 기준금리는 1.5%로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높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중국경제 침체의 충격이 심각할 수 있다는 IMF의 우려에 대해서도 중국의 영향이 예상보다는 제한적이라며 일축해버렸다.
심지어 유 부총리는 취임 직후부터 줄곧 "추경 없이도 올해 3%대 성장이 가능하다"며 추경불가론까지 주장해왔다. 대부분 경제기관들이 국내외 경기 불안요인들을 지적하며 성장률을 하향조정해도 3% 성장에 대한 그의 입장은 확고했다.
그러던 유 부총리는 지난 4월 IMF의 성장률 하향조정 이후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하던 추경불가론을 은근슬쩍 내려놓았다. 그러면서 이후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서 3%를 반드시 달성하겠노라고 말을 바꿨다. 이는 말이 좋아 확장적 재정정책이지 추경을 하겠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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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지난달 28일 발표한 2016년 경제전망 자료에서 성장률을 슬그머니 낮췄다. 하지만 성장률 하향조정에 대한 아무런 해명이나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오히려 재정·통화 등 확장적 거시정책 효과에 힘입어 지난해 달성한 2.6%보다 개선된 2.8%를 달성할 거란 자랑스런(?) 전망을 내놓았다.
이날 유 부총리에게선 성장률 3% 사수(死守)의 의지도, 추경없이 얼마든지 3% 성장이 가능함을 외치던 호기로운 모습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기재부의 성장률 2.8% 하향조정은 올해 금리인하와 추경이 없다면 2.8%가 불가능함을 내포한다. 더불어 추경을 포함한 20조+α의의 재정효과를 제외한다면 올해 성장률은 2.5%에도 못미칠 거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기재부는 그동안 세계 경제의 눈치를 살피다가 브렉시트가 결정되는 틈을 타서 태연하게 성장률을 하향조정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들을 수 있는 대목이다.
경제성장률 전망은 그 수치 자체도 중요하지만, 앞으로의 경기 흐름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대한 기관의 입장이 함축돼 있다. 예를 들어 3.0%와 2.9%는 단 0.1%p 차이에 불과하지만 전자는 경기 전망이 긍정적, 후자는 부정적이라고 해석된다. 또한 2.5%를 기준으로 높게 전망하는가, 낮게 전망하는가 역시 단 0.2~0.3%p차이라 할지라도 향후 경기 흐름에 대한 판단의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경기흐름에 대한 판단은 곧 정책에 반영되고, 예산에도 반영되며 심지어 기업 경영에까지 반영된다. 경기흐름이 긍정적이라면 그에 대해서 좀더 확장적이고 선제적 투자와 같은 경기 대응을 할 것이고, 반대로 부정적이라면 리스크 관리라던지 이런 부분에 대한 대비를 마련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지표에 대해서 유 부총리는 3%성장을 자신있게 외치다가 브렉시트 등 대외경기 우려가 커지자 언제 그랬냐는 듯 슬그머니 3% 성장을 포기해 버렸다. 그리고는 무슨 3% 성장에 한이 맺힌 듯이 기재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다시 3.0%로 제시하고 있다.
성장률 3%가 그렇게 중요했다면 결사 항전의 자세로 사수(死守)를 하는 게 올바르지 브렉시트를 핑계 삼아 은근슬쩍 내리는 모습은 참으로 궁색하다.
최소한 3% 성장률 포기의 근거라도 밝혔어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