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대신 능력만’ NCS, 구직자·기업등 고용시장 ‘신바람’

‘스펙 대신 능력만’ NCS, 구직자·기업등 고용시장 ‘신바람’

유영호 이동우 머니투데이 기자
2016.07.25 10:30

직무 필수 지식·기술·소양 체계화… 5000여명 신규채용 "능력중심사회 전환 선도"

NCS(국가직무능력표준) 활용 기업인 자수전문기업 플라이쿱의 한 직원이 22일 서울 송정동 사무실에서 자수펀칭 프로그램를 이용해 자수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이동우기자
NCS(국가직무능력표준) 활용 기업인 자수전문기업 플라이쿱의 한 직원이 22일 서울 송정동 사무실에서 자수펀칭 프로그램를 이용해 자수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이동우기자

'쓱쓱-, 쓱쓱-.'

마우스를 쥔 손이 책상 위에서 빠르게 움직였다. 능숙한 손놀림에 모니터에는 수백 개의 선이 그려지고 있었다. 클릭 몇 번이 더해지니 선과 선 사이의 공간에 다양한 색이 채워졌다. 어느새 모니터에는 화려한 모양의 나비가 나타났다.

지난 22일 찾은 서울 송정동에 위치한 자수전문기업 플라이쿱에서는 자수 디자인 작업이 한창이었다.

직원들의 책상에는 자수 샘플과 색색의 실, 출력된 도안이 어지럽게 놓여있어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넓은 사무실에는 키보드와 마우스를 두드리는 소리만 가득했다.

현장 안내를 맡은 김창묵 플라이쿱 경영기획팀 부장은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이 입는 티셔츠나 가방 등에 붙어있는 자수가 만들어진다"며 "자수도 전문적인 디자이너의 치열한 노력이 필요한 패션의 독자적인 영역"이라고 말했다.

자수가 독자적인 패션의 영역으로 자리 잡아가며, 전체 패션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이를 기획하는 능력에 대한 요구도 높아졌다. 지난해 매출 33억원, 전 직원 70여명의 강소기업인 플라이쿱이 NCS(국가직무능력표준)를 도입하게 된 배경이다.

플라이쿱은 일반 컴퓨터 자수부터 엠블럼, 스팽글 등 특수 자수까지 다양한 영역에 진출해 있다. 소재, 기법 등에서 독자적인 기술력 개발에 힘쓰고 있어 전문 인력 양성에 대한 욕심이 남다르다.

김 부장은 "내부 직원들이 자수 디자인을 하는 등 실무적인 영역에는 강하지만 전체 패션시장의 흐름을 판단하는 능력이나 분석력은 떨어진다고 봤다"며 "산업을 체계화해놓은 NCS를 통해 직원들이 큰 그림을 보는 능력을 강화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NCS는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기술·소양 등을 국가가 직무 분야별, 수준별로 체계화한 제도다.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일종의 인력양성 지침서인 셈이다.

박근혜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학벌이 아닌 능력중심사회 만들기’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선도적으로 도입했다. 현재 24대 직업 분야의 847개 NCS 및 이를 구성하는 1만599개의 능력단위를 확정·고시해 법적 지위를 부여했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지난해부터 각 기업에 NCS를 도입하기 위한 컨설팅을 진행해왔다. 각 기업에 컨설턴트를 파견해 NCS를 기반으로 직원들의 역량을 평가하고, 이를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방법을 제시해주는 내용이다.

신규 채용도 NCS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 NCS 기반 채용을 도입한 130개 공공기관 및 민간기업 등은 채용 직무 중심으로 필수적인 자격조건을 제외한 학력·어학점수·자격증·경력 등은 채용조건에서 삭제했다. 이미 약 5000명이 ‘스펙이 아닌 능력’으로 신규 채용됐다.

플라이쿱도 지난해 8월부터 약 3개월간 컨설팅을 실시해,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인사평가와 교육 등에 NCS를 활용하고 있다. NCS는 각 업무에 필요한 직무능력이 성취 수준에 따라 1단계에서 8단계까지 구분한다. 이를 통해 직원 역량의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다.

김 부장은 "대리급의 역량 강화 수준이 어디까지인지, 과장급은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파악하는 객관적인 지표가 없었는데 NCS를 통해 마련하게 됐다"며 "중소기업은 인재 채용의 선택권이 없어 기존 인력을 잘 양성해야 해서 NCS가 더욱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플라이쿱은 NCS 도입으로 기획 책임자급(실장)의 양성을 위한 '패션기획 재직자 향상과정'을 개발한 것을 비롯해 패션기획, 섬유재료, 염색가공공정 등 NCS 기반 직원 훈련과정을 마련했다.

기존에 해 오던 업무를 NCS라는 틀로 체계화 한 것뿐이지만, 직원들의 NCS 활용에 대한 만족도는 높다. 산업 전체의 틀에서 본인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 작업을 맡고 있는 홍혜미 대리는 "NCS의 직무능력을 바탕으로 자기진단을 해보니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발전시켜야 할지를 알게 됐다"며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하다 보니 효율도 좋아지고, 신입 직원들에 대한 교육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용부와 산업인력공단은 올해 230개 공공기관에서 NCS 기반 채용을 내년 모든 공공기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공공기관을 마중물 삼아 삼성전자 등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전반으로 NCS 채용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권기섭 고용부 직업능력정책국장은 "NCS를 통해 학벌 등 불필요한 스펙보다 능력중심의 채용과 인력양성이 가능한 사회적 인프라 구축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최근 고시를 통해 NCS가 법적 지위를 획득하게돼, 능력중심사회 조성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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