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합병 독과점 고착화...현대·기아차 M&A와 다르다"

"SKT합병 독과점 고착화...현대·기아차 M&A와 다르다"

대담= 강기택 경제부장, 정리= 정진우 정혜윤 기자, 사진= 김창현
2016.07.29 04:16

[머투초대석]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공정위가 금융지식 부족하다는 말 인정 못해"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인터뷰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인터뷰

#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경쟁법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영국의 ‘GCR(Global Competition Review)’지로부터 미국, 독일, 프랑스 등과 함께 별 5개 만점을 받았다. 별 4개 반을 받은 EU(유럽연합)를 제치고 세계에서 1등을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캐나다 등의 경쟁당국은 공정위에 노하우 전수를 요청할 정도다.

경제검찰, 시장경제의 파수꾼으로 불리는 공정위는 이처럼 해외에선 인정받고 있지만 최근 속앓이를 심하게 하고 있다. 법에 따라 진행한 정책들이 비판을 받고, 지난 4년간 열정을 다해 조사한 대형 사건이 사실상 무혐의 판결을 받아서다.

그래서일까. 30년 넘는 공무원 생활을 주로 공정위에서 한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정 위원장은 28일 서울 태평로 공정거래조정원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사건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지만, 최근 사건들은 억울한 측면이 많다”고도 했다. 당초 한시간 정도 예정된 인터뷰는 예상보다 30분을 훌쩍 넘겼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인터뷰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인터뷰

- 공정위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불허한 것을 놓고 뒷말이 많았다.

▶두 회사의 기업결합은 이동통신 1위 사업자와 케이블TV·알뜰폰 1위 사업자간 결합이다. 유선방송과 이동통신 도·소매시장에서 독과점적 사업구조가 고착화되는 M&A다. 케이블TV 요금 인상을 비롯해 소비자 피해가 커질 게 뻔하다.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하는데, 독과점 체계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본다. 그래서 금지했다.

-방송사나 정치권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일부의 시각도 있고, 다른 M&A도 위축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 절대 그렇지 않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는 독과점 형성·강화로 인한 폐해를 사전에 없애자는 게 본질이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 시 일관되게 시장점유율뿐 아니라 가격인상 가능성, 효율성 증대, 피인수기업의 상황 등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특히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쟁제한 우려가 없는 M&A는 최대한 신속히 심사할 것이다. 구조조정 작업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할 생각이다. 다만 구조조정 목적이라도 경쟁제한 우려가 큰 M&A라면 가격인상 등 소비자 피해로 직결되기 때문에, 면밀히 심사해 적절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 과거에 있었던 구조조정 관련 M&A 사례를 들어달라.

▶현대차와 기아차의 M&A가 그런 사례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직후의 특수한 경우다. 기아차는 당시 자본잠식 상태로 법정관리 상태였고, 매각을 위한 2차례 해외입찰이 모두 유찰됐었다. 공정거래법 제7조를 보면 경쟁제한성이 있더라도 회생불가능한 기업일 경우 예외로 허용하는데 기아차가 그랬다. 이와 달리 CJ헬로비전은 2015년 영업이익 1048억원에 이르는 등 기아차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인터뷰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인터뷰

-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 담합사건은 4년을 끌다가 사실상 무혐의인 ‘심의절차 종료’ 판정을 받았다.

▶이건은 4년 이라는 긴 시간을 끌었기 때문에 국민 기대치가 높았다. 하지만 기대에 못 미쳤고. 일각에서 조사 기간이 지나치게 길었다고 지적하는데, 어느 정도 인정한다. 통상적인 담합은 업체간 합의가 경쟁을 제한하는 지 검토해 제재 여부를 결정한다. 다만 공정거래법 제19조는 합의가 명시적으로 입증되지 않는 경우에도 간접 증거를 통해 합의를 추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무처는 합의의 명시적 증거는 없더라도 은행 간 의사 연락 등 정황 증거에 비춰 합의했을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 담합 의혹의 근거는 뭔가.

▶ 2012년 당시 국공채 등 주요 지표금리가 하락하는데도 CD금리만 일정 기간 높게 고정돼 있던 건 사실이다. 언론에서 담합 의혹을 제기했고 이를 확인하는 것도 공정위의 역할인 만큼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처음엔 증권회사를 집중적으로 조사했고 이후 증권회사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어, 은행을 들여다 봤다. 정황 증거가 있다고 봤기 때문에, 답합 혐의를 입증하려고 작업을 열심히 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사무처는 이 정도면 담합을 추정할 수 있다고 봤지만, 위원회는 당사자 의견 청취, 참고인 심문 등 충분한 심리를 통해 사무처가 제시한 증거만으로 은행들이 담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심의절차를 끝냈다.

- 공정위가 금융을 잘 몰라서 무리를 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CD금리결정구조와 같은 금융분야에 대한 지식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한다면, 굉장히 억울하다. 공정위는 지금까지 여러 산업 분야에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공정거래법을 적용했다. 금융 분야도 마찬가지다. 조사과정에서도 조사 담당부서는 은행, 증권사 등 CD금리 결정 과정에 있는 여러 경제주체들과 면담을 통해 해당 시장을 충분히 이해하면서 조사했다. 해당 시장에 대한 오인 등 관련 전문성 부족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건 아니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인터뷰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인터뷰

- 공정위의 패소율이 높다는 지적도 많이 받고 있다.

▶ 가장 고민스러운 문제다. 피심인 방어권을 제대로 주지 않으면 법원에 가서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 법원에선 요즘 절차적 정당성을 굉장히 따지기 때문에, 공정위 입장에선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하려고 한다. 법원과 마찬가지로 피심인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주고 있다. 한 쪽 얘기만 듣고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공정위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건처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선 직원 개개인의 전문성을 높이고 업무 효율을 높일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지난해 인사제도를 개편했다. 각자 전문 분야를 설정하도록 하고 순환보직 없이 전문 분야에만 근무하도록 해 전문가로 키우고 있다. 1년에 100시간씩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 패소율 높은 게 공정위 출신 퇴직자(OB)들이 법무법인(로펌)에 많이 진출했기 때문이란 비판도 있다.

▶ 이건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공정위 OB들이 로펌에 재취업 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전원회의는 로비를 통해 사건 청탁을 할 수 없는 구조다. 전원회의 위원이 9명인데 모두 매수할 순 없다. 로펌에서 어떻게 각각 다른 위원 9명을 포섭할 수 있나. 말이 안된다. 그동안 사건 처리 과정을 봐도 절대 불가능한 구조다. 로펌에 OB들이 많다고해서 로비가 가능하다고 하는 말들은 솔직히 말해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 정치권에서 ‘전속고발권제 폐지’ 주장이 다시 나오고 있다.

▶ 공정거래와 관련된 부문은 핵심이 경제 사범들이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폐해, 경제 분석을 통해 판단해야 한다. 정치권에서 전속고발제 완전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데,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전속고발제가 폐지되면 기업간 고발이 빗발칠 것이다. 과거 라면업계 ‘우지파동’에서 보듯 나중에 무혐의가 돼도 고발 그 자체로 기업이 망가질 수 있다. 또 전속고발제를 폐지할 경우 대기업의 불공정행위 제재 강화라는 그 목적과 달리 오히려 중견·중소기업에게 피해가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법률자문을 충분히 받을 수 있고, 풍부한 변호인력을 갖춘 대기업과 달리, 대응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형사적 부담이 집중될 우려가 있다.

- 하반기에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싶은 게 있다면.

▶ 현장을 다녀보면 담합과 대금미지급, 부당 감액 등 중소업체를 울리는 불공정관행이 여전히 많았다. 경기회복 지연과 구조조정 등으로 더 악화될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들을 추진할 계획이다. 중소업체의 성장을 방해하는 불공정 관행을 없앨 계획이다. 특히 하도급·유통·가맹분야 법집행을 강화할 예정이다. 아울러 소비자 피해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하겠다. 폭스바겐 사건 등 환경·안전과 관련해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는 사건이 주요 타깃이다. 끝으로 대기업집단 부당 내부거래를 지속적으로 들여다보겠다. 중소기업의 경쟁 기회를 박탈하는 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일가 사익편취행위도 감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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