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사업대상자 '전압·계시별요금제' 선택…전국 확대땐 누진제 42년 역사 뒤안길로

새누리당과 정부가 대대적인 전기요금체계 개편에 착수한 가운데 논란의 중심에 있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폐지하는 방안이 본격적으로 검토된다. 정부는 올 하반기 일정지역을 대상으로 누진제를 폐지한 신(新)요금제를 시험 적용한 이후 결과를 검토해 확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참고기사:8월12일자 3면 주택용 누진제 폐지되면 요금제 어떻게?]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12일 “전체적인 전력수급 상황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규모를 기준으로 일정 지역을 선정해서 일반 가정에 선택적 요금제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은 시범사업 수준”이라면서도 “(결과를 검토해) 확대 여부를 검토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서 시행하는 주택용 신전기요금 시범사업은 스마트전력계량(AMI)가 보급된 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다. 이 가구들은 앞으로 지금의 요금제(누진제)를 적용할지 아니면 산업·일반용 전기요금에 적용되는 전압·계절시간별 요금제를 적용할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전압·계시별 요금제를 선택하면 사실상 누진제가 폐지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긍정적인 결과가 나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 주택용 전기에만 적용된 누진제는 42년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실제 산업·일반용 전기의 경우 현재 누진제 없이 △용량별(갑Ⅰ·갑Ⅱ·을) △전압별(고압A·고압B·고압C·저압) △계절별(여름·봄가을·겨울) △시간별(경부하·중간부하·최대부하) 요금기준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그동안 에너지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전기를 △주택용 △산업용 △일반용 △교육용 △농업용 등 용도별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정책 혹은 정치적 잣대가 가미돼 지속가능 하지 않다고 지적해 왔다.
전기를 하나의 재화로 봤을 때 원가(한전 전력구매단가+송·배전비용)와 수요를 고려해서 요금을 결정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장 완성도가 높은 만큼 주택용에도 산업·일반용 등과 같은 요금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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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의 한 에너지학과 교수는 “재화의 가격은 수요가 증가하면 오르고 그 반대면 내려가는게 경제학의 기본 원칙”이라며 “전기도 원가를 반영하는 전압별 요금제와 수요·공급을 반영하는 계시별 요금제를 적절히 혼합 운영하는게 가장 이상적인 요금체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범사업에 들어가는 선택형 요금제가 전국적으로 확대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우선 가구별 전력사용량계를 현재의 기계식에서 15분 단위로 사용량 구분이 가능한 AMI로 모두 교체해야 한다. 전자식의 대당 가격이 30여만원으로 기계식의 10배에 이르는 점을 감안할 때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부담이 예상된다.
요금 단가 설정도 문제다. 수급안정을 위해서는 수요관리가 가능한 수준의 차등적 요금설계가 상황별로 책정돼야 하는데 ‘적정 단가’에 대한 합의가 쉽지 않다. 현행 누진제 4구간까지의 전기요금이 원가 이하인데 이 경우 대다수 가구의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