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과징금 수천억 '보험사·라면담합 패소' 막는다, "정보교환도 명백한 담합"

[단독] 과징금 수천억 '보험사·라면담합 패소' 막는다, "정보교환도 명백한 담합"

세종=정진우 기자, 정혜윤 기자
2016.09.20 05:07

공정위, '경쟁제한적 정보교환' 관련 연구용역 발주...'정보교환 심사기준 강화, 법 구속력 높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간 정보교환'을 기업들의 담합 확증 증거로 활용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에 나선다. 정보교환 관련 법 규정에 가격과 수량 합의 등 구체적 행위 사실을 비롯해 자료 공유 등도 담는다. 현행 법에선 정보교환을 담합 정황 증거로만 활용하고 있는데, 법 개정을 통해 확실한 담합 증거 효력이 있도록 명시할 방침이다.

19일 기획재정부 등 관련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연세대에 '경쟁제한적 정보교환 규제를 위한 합의 입증 방안'(가칭)이란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올해 말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공정위가 개정을 추진하는 규정은 공정거래법 '제19조 제5항'이다. 이 조항은 "사업자간 합의(담합) 입증이 곤란한 경우 상당한 개연성이 있을 때 합의를 추정할 수 있다"며 "직·간접적인 의사연락이나 정보교환 등은 합의 추정을 보강하기 위한 정황증거로 활용 가능하다"고만 규정했다.

공정위는 여기에 '경쟁사업자간 이뤄지는 미래의 가격·판매량에 관한 정보교환은 경쟁제한 의도에 따른 담합 행위다' 등과 같이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협의를 통해 가격 등 핵심 정보를 교환한 내용을 포함시킬 생각이다.

이를테면 △가격·수량 등 전략적 정보 △정보교환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시장점유율 △과거 데이터가 아닌 미래 행동에 대한 자료 △정보교환 횟수 등 교환 된 정보의 성격을 자세히 적시해 법적 구속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공정위는 그동안 이런 구체화된 가이드라인 없이 정보교환 행위를 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에 따라 '묵시적 합의' 증거로 보고 담합 사건을 처리했다. 19조 1항은 '부당한 공동행위 성립요건은 사업자간 합의'란 내용을 담고 있는데, 여기엔 명시적 합의 뿐 아니라 정보교환처럼 묵시적 합의도 포함된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정보교환의 성격과 외형상 일치 여부, 의사결정 과정 등을 고려해 사업자 간 의사의 일치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러다보니 최근 대법원 판결에서 패소하는 정보교환 담합 사례가 부쩍 늘었다. 2014년 공정위가 패소한 생명보험사 담합이 대표적이다.

공정위는 2011년 삼성생명 등 16개 생명보험사의 개인 보험상품 이자율에 대한 담합행위를 적발했다. 보험사들이 수익감소를 막기 위해 오랜 기간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관행적으로 담합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총 3653억 원의 과징금을 메겼다. 보험사들은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2014년 보험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당시 "정보교환 사실만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한 합의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대법원 판결에서 공정위가 패소한 라면담합 사건도 마찬가지다.

공정위는 이번 법 개정을 통해 담합 사건 처리 과정부터 정보교환으로 업체간 합의를 입증해 대법원에서 패소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공정위가 지난 8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사업자간 정보교환 행위의 위법성 판단기준' 세션을 마련한 것도 정보교환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서다. 행사에 참석한 EU(유럽연합)와 미국 등 경쟁당국은 "경쟁을 제한하는 정보교환은 카르텔 행위로, 법적 처벌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담합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정보교환이 합의를 입증하는 기준으로 활용될 수 없다면 리니언시(자진감면제도) 밖에 담합을 입증할 수단이 없다"며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정보교환 심사기준을 손보고, 앞으로 담합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지 면밀히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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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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