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초대형선 스크러버 장착…현대상선 부활 날개짓

세계 최초 초대형선 스크러버 장착…현대상선 부활 날개짓

닝보(중국)=민동훈 기자
2018.07.12 03:45

[르포]'HMM 블레싱'호 머니투데이 단독 승선 취재…IMO 규제 선제대응, 규제 초반 시장선점 및 수익성 극대화

이달 5일 밤 현대상선의 신조 선박 'HMM 블레싱(HMM BLESSING)'호가 중국 닝보항에 접안해 화물을 싣고 있다. / 사진제공=현대상선
이달 5일 밤 현대상선의 신조 선박 'HMM 블레싱(HMM BLESSING)'호가 중국 닝보항에 접안해 화물을 싣고 있다. / 사진제공=현대상선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SOx) 규제가 시작되면 이 녀석의 진가가 발휘될 겁니다."

이달 5일(현지시각) 중국 저장성 닝보 메이산항에서 출항해 부산으로 가는 현대상선의 신조선박 'HMM 블레싱(HMM BLESSING)'호의 함교에서 만난 이희교 선장은 활짝 웃으며 기자를 반겼다.

이희교 현대상선 'HMM 블레싱(HMM BLESSING)'호 선장./사진제공=현대상선
이희교 현대상선 'HMM 블레싱(HMM BLESSING)'호 선장./사진제공=현대상선

이 선장은 "현재는 선박의 배출가스 황산화물 비율을 3.5%로 규제하고 있지만 2022년부터는 전 세계 모든 항만에서 0.5%로 7배나 강화된다"며 "이러한 강력한 규제는 몸집이 상대적으로 작은 현대상선 입장에서 보면 친환경 선박으로의 빠른 전환을 할 수 있어 경쟁자를 제칠 수 있는 하늘이 주신 기회"라고 말했다.

기자가 중국 닝보에서 부산항까지 2박3일 일정으로 승선 취재한 블레싱호는 길이 20피트(약6m)짜리 컨테이너를 최대 1만1000개(1만1000TEU)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컨테이너선박이다. 총 길이 330m, 함교 높이 61.8m에 달한다. 여의도 63빌딩의 높이가 274m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크기다. 현대상선은 이러한 1만TEU급 컨테이너 선박을 총 18척 보유하고 있다.

'HMM 블레싱(HMM BLESSING)'에 1만TEU급 이상 선박에는 세계 최초로 장착된 '스크러버(SCRUBBER)' 장비 / 닝보(중국)=민동훈 기자
'HMM 블레싱(HMM BLESSING)'에 1만TEU급 이상 선박에는 세계 최초로 장착된 '스크러버(SCRUBBER)' 장비 / 닝보(중국)=민동훈 기자

특히 블레싱호에는 선박연료인 벙커C유를 태우고 배출되는 배기가스에 포함된 황산화물을 국제 규제 기준까지 낮출 수 있는 스크러버(Scrubber, 탈황장치)가 장착돼 있다. 스크러버가 1만TEU급 이상 대형 선박은 전 세계에서 블레싱호와 함께 건조된 쌍둥이배 '프라미스(HMM PROMISE)'호까지 단 2척 뿐이다.

현대상선에 따르면 스크러버 1대당 가격은 크기에 따라 20억~100억원 수준이다. 현재 주로 쓰이는 벙커C유 가격은 2020년 강화될 IMO 규제기준을 맞출 수 있는 저유황유와 비교해 톤당 15만~20만원 저렴하다. 이를 감안하면 규제 시행 이후 2~3년만 운항해도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셈이다.

배기가스를 정화하는 장비인 만큼 스크러버는 기관실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메인엔진의 열기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메인 엔진룸의 좁은 통로와 계단을 통과해 3개 층을 더 올라가면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크기의 스크러버 2대가 눈에 들어온다. 1대는 메인 엔진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를 거르는 역할을 하고 나머지 1대는 발전기와 보일러를 담당한다.

이달 6일 이유동 'HMM 블레싱(HMM BLESSING)'호 기관장이 기자에게 스크러버 장비 운용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닝보(중국)=민동훈 기자
이달 6일 이유동 'HMM 블레싱(HMM BLESSING)'호 기관장이 기자에게 스크러버 장비 운용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닝보(중국)=민동훈 기자

스크러버의 원리는 쉽게 말하면 산성물질인 황산화물을 알카리성을 띄는 바닷물로 세척한 방식이다. 바닷물을 끌어올려 배기가스가 모여진 초대형 파이프에 안개처럼 분사하면 황산화물은 바닷물속 나트륨 성분과 반응해 중화된다. 걸러진 배기가스는 굴뚝으로 대기 중에 방출되고 황산화물을 씻어낸 바닷물을 추가로 걸러내면 바다로 배출되는 오염물질도 최소화된다.

기자가 이유동 블레싱호 기관장의 도움을 받아 기관실 메인보드의 화면을 클릭하자 스크러버가 가동을 시작했다. 모든 작업은 스크러버로부터 멀리 떨어진 기관실에서 자동으로 제어된다. 처음 블레싱호가 발주되던 당시 설계에는 스크러버 장비가 없었던 만큼 2년전 현대상선이 외국선주로부터 블레싱호를 인수한 이후 기관실 기존 장비를 뜯어내고 스크러버 운영장비를 새로 달았다.

이 기관장은 "블레싱호의 기관실은 무인화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 것이지만 엔진 등 주요장비의 안정화와 처음 사용하는 스크러버의 원활한 운용을 위해 부원들과 4시간씩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며 "특히 스크러버가 처음으로 장착된 만큼 공장에서 나온 매뉴얼보다 실제 운영과정에서 얻어지는 노하우를 세밀하게 정리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블레싱호에 설치된 스크러버는 핀란드에 본사를 둔 '바르질라(Wartsilla)' 제품이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앞으로 발주할 20척은 신조 선박에는 모두 국내 중소업체 제품을 넣기로 결정했다. 안정적인 물량 확보는 물론 납기를 맞추는데도 국내기업이 가장 최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세계 최대 선사인 머스크(MAERSK)의 경우 규제 시행전까지 스크러버 확보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비싼 저유황유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동승한 현대상선 관계자는 "2020년까지 전세계 스크러버 제조업체의 공급 가능 물량은 전체 선박의 5%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2020년 이후 저유황유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운임도 동반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현대상선의 수익구조 개선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수빅 조선소에서 지난달 출항한 블레싱호는 곧장 남미 서안 항로로 투입됐다. 싱가포르와 중국 닝보를 거쳐 부산항에서 화물을 추가로 싣고 멕시코와 칠레로 가는 77일의 여정을 시작했다. 처녀 운항기간 동안 얻어지는 각종 스크러버 운영 기록은 향후 국내 친환경 선박 제조와 운영을 위한 유산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현대상선은 국내업체와 MOU(전략적제휴)를 체결하고 관련 기록을 공유하고 했다.

현대상선은 보유한 선박 중 54척에 대해 선체 개조를 통한 스크러버 장착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조만간 새로 발주할 2만TEU급 12척, 1만4000TEU 급 8척 등 대형 선박에도 스크러버를 달 계획이다. 특히 이들 신조 선박은 LNG 추진 엔진 설치도 가능토록 'LNG 레디(LNG Ready )' 조건으로 설계를 할 예정이다. 이러한 설계는 LNG 벙커링(급유)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면 바로 LNG추진선으로 바꿀 수 있어 유가와 규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연료와 엔진을 탄력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원가절감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2020년까지 안정적으로 스크러버를 공급 받기 위해 국내업체와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국내 해양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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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훈 기자

미래는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하는 가에 달려 있다. 머니투데이 정치부 더300에서 야당 반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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